“올 한국 증시 2200 넘지 못하란 법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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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2월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대안투자전문 운용사 맨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벤 퍼넬(사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2011년)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신흥국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선진국이 강세장을 펼칠 것”이라며 “특히 미국 증시가 가장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달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와는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는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고, 선진국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증시는 과대평가 받고 있다”며 “유럽 증시도 가격이 더 내려가야 투자를 할 만하다”고 말했다. 퍼넬에 따르면 과거 평균 주가 대비 현재 주가를 뜻하는 ‘실러 PE’가 미국은 23배, 유럽은 12배로 높은 편이다. 이 수치가 6~8배 정도까지 떨어져야 투자할 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도한 국가 채무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990년 기록한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증시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올해는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신흥국 투자 비중을 높인 상태”라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영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브라질·인도의 금리 인하,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으로 풀린 돈이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그는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이 5000억 달러 이상의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전고점인 2200선을 돌파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금·원유 같은 원자재나 거주용 부동산도 고려해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유동성에 의지한 랠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매수 후 보유’(Buy&Hold) 식의 장기투자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각 국가가 정치적인 이유로 유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이 낮아지는 등 유럽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유로화 약세로 수출가격도 낮아지고 있어 아시아의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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