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싫어하는 미취학 아동 지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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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은 모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공룡화석을 살펴보고 있다.

“당장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책 읽기를 싫어해서 걱정이네요” 자녀에 대한 이문희(3 8·여·경기도 남양주시)씨의 고민이다. 책을 좋아했던 첫째 아이와 달리 둘째 김태원(6)군은 독서를 싫어한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도 해 봤지만 그때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나서 “이 책의 내용은 뭐야?”, “주인공이 무슨 행동을 했지?”와 같이 질문도 해 봤다. 책에 대한 흥미를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때마다 우물쭈물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씨의 목소리는 높아졌고 김군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이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졌다. ‘안킬로사우루스’,‘스티라코사우루스’와 같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공룡 이름을 척척 이야기 하는 것은 물론 공룡에 대한 책이라면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 읽어본다. 이 점에 착안한 이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로 체험학습을 하고 이를 독서습관으로 이어지도록 하려고 고민 중이다. 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집 근처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도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강승임 독서·체험활동지도사는 “활동적 성향의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독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와 관련한 체험활동으로 독서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글자 위주의 독서활동보다는 책에 수록된 그림과 사진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지 살펴본 후 아이로 하여금 내용에 대한 관심을 갖게 유도한다. 공룡박물관을 가기로 계획했다면 사전에 공룡에 관한 책을 읽고 ‘책에서만 보던 공룡을 박물관에 가면 실제로 만날 수 있겠구나’라고 말해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활동을 마치면 박물관에서 보고 느꼈던 경험을 공룡에게 편지 쓰기나 그림 그리기 등으로 표현하도록 활동을 이어가게 한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책 내용을 신체활동과 연결해 주면 책과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책 내용을 음악에 맞춰서 춤이나 마임으로 표현하거나 역할극을 해 보는 것이다. 한국삐아제 박소연 교육이사는 “동화내용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동물 캐릭터를 막대 인형으로 만들어 인형극을 한다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친근감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막대 인형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나무 젓가락 같은 소품으로 만들면 된다. 박 이사는 “부모들이 독서의 목적을 내용의 이해 여부에 두면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즐거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취학시기 아이들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등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글씨보다 그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책에 수록된 그림과 사진을 충분히 보게 한다”고 말했다. “연령·호기심·관심사에 따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다르므로 부모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아이의 발달속도에 맞게 책을 받아들이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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