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증시] 구조조정 향방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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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좀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정부에서는 수시로 대책을 내놓지만 시장반응은 ‘글쎄…’다.언제쯤 투자자들이 웃는 날이 올까.

중앙일보는 18일 증권업협회에서 증시의 장기화된 체력저하를 진단하기 위해 긴급 전문가좌담을 가졌다.좌담에는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사회),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조재홍 한국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이 참석했다.

▶이종우=마침 오늘 정부에서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황창중=일단 긍정적인 조치라고 보여집니다. 이번 대책은 수요확대에 초점을 맞췄어요.그러나 수급 불균형을 다소 완화시키는 정도지, 전체적인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조재홍=그렇습니다.당장 큰 폭의 매수세력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가 상승의 계기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하지요. 그렇지만 투자자들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는 있습니다.

▶이=그러면 증시침체는 왜 이토록 오래가는 것일까요.

▶황=전적으로 구조조정 지지부진에 있다고 봅니다. 지난 1차 구조조정이 기대에 못 미쳤고 때문에 증시 버팀목이었던 외국인들이 이에 실망, 매도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경기둔화로 기업수익성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주가 하락의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조=대외적인 여건도 큽니다.유가급등과 반도체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마저 가세해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미국시장이 10년 간의 대세 상승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이=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외국인은 IT(정보기술)종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생각인 것 같아요. 외국인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때 IT를 대체할 종목을 찾으려하면서 매도세가 이어진다는 거죠.

▶조=이같은 외국인 매도를 기관이 받아내지 못해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도체의 영향이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외국인 매도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국내시장에 참여한 외국인을 얘기할 때 근간이 되는 미국시장 상황을 빼놓을 수 없군요.

▶황=최근 미국에서는 기업의 수익성이 둔화되는데다 심리적으로도 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가상승이 소비를 증가시키며, 경기를 상승시키는 선순환을 유지했는데, 이제 주가하락이 소비를 감소시키고 기업실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조=저는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미국은 1980년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것이 한계에 부딪쳤으나 기본은 튼튼하죠. 오히려 조정국면이 예상돼 한국시장에는 호재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유동성이 이탈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체 투자수단으로 한국시장이 부상할 수 있다는거죠.

▶이=이제 향후 전망과 투자자 대응방안이 더욱 중요한 얘깃거리로 남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당분간 시장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500선을 지킬 수 있는가, 또 주가는 어디까지 빠질 것인가 입니다.불행히도 지수는 45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저 역시 450∼500사이도 가능하다고 봅니다.코스닥의 경우 70∼75가 마지노선일 겁니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에 따라갈 수 밖에 없어요. 연착륙이 기대됐던 미국경기마저 불투명해 주가의 불안정성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이=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증권사로서는 앞으로 고객들의 수익을 어떻게 내줄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하면 덜 손해보게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투자자들은 대형주보다는 조그만 주식이 더 나을 것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적용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주식형 수익증권에의 투자자들은 사실상 체념 상태죠. 이제는 너무 지쳐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는 기다리는 상황입니다.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투자자들은 지수가 꼭대기를 칠 때 시장 문을 노크한다는 겁니다.

▶황=‘중기냐 단기냐’식의 투자 기간을 선택해야 합니다.중기적인 투자자라면 500 아래는 매수하고,단기 매매자라면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저 역시 대형주보다는 저PER(주가수익비율)주와 재무구조가 좋은 중소형주를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외국인 매도 타깃인 대형주는 당분간 시세를 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주가하락에 비해 기업 실적은 좋으므로 배당 투자도 고려해야 합니다.

▶조=이제 모든 악재는 주가에 다 반영됐습니다. 더 이상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줄 메카톤급 악재는 보이지 않습니다.과제는 구조조정입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면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며 주가도 상승세로 반전될 수 있습니다.

▶이=결국 어려울 때 견디는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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