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뇌관 터진 호남 물갈이 … 광주 현역 8명 중 7명 적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광주 동구는 금남로·충장로를 아우르는 지역의 도심권이다. 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심장부’였다. 그래서 ‘호남 정치1번지’로 불린다. 그런 광주 동구에서 불법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전남 나주를 비롯해 호남 전역으로 선거인단 대리등록 파문이 확산되자 호남 의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잠복해 있던 ‘호남 물갈이론’을 분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광주 동구는 ‘사고지구당’으로 지정됐다. 모든 경선 일정이 중단됐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28일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전략공천 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여러 정황상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박주선 의원의 공천 배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광주 동구 외에도 광주 북갑·을, 전남 장성, 전북 김제-완주 등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곳은 물갈이 대상지가 될 수 있다.

 1, 2차 공천에서 현역들의 높은 재공천율로 “감동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당 지도부가 “이제부터가 진짜 공천의 시작”(우 본부장)이라며 인적 쇄신을 벼르는 것도 호남권 의원들에겐 심상찮은 일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는 당초 호남 현역과 예비후보 간 양자 경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끌어낸다는 방침이었지만 ‘동구 사건’ 이후 강경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며 “불똥이 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관심은 물갈이 폭이다. 일각에선 “일부 현역은 아예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돈다. 총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차이가 확연하게 나뉜다”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현역들은 컷오프 통과도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광주의 물갈이 폭이 전남북보다 더 클 거라는 관측이 많다. 전남북에선 각각 현역 의원 3명(정동영·김효석·장세환)이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결정한 데 반해 광주는 8명 의원 모두가 재출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 공천을 확정 지은 이용섭 의원을 제외한 모든 현역 의원이, 전남북에서도 4~5군데의 현역들에게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원보 기자, 광주=유지호·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