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장서 LG 김성현 체포…구단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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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조호경)는 돈을 받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프로야구 LG트윈스의 김성현(23) 선수를 28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대학 야구선수 출신 경기조작 브로커인 김모(26·구속)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작에 가담한 경위와 횟수 등을 추궁했다. 김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투수로 활동하던 지난해 4∼5월 프로야구 시즌 때 브로커 김씨의 제안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고의로 ‘첫 회 볼넷’을 내주는 식으로 경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기조작 대가로 한 차례에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선수는 지난해 4월 중순께 고교 야구부 선배인 브로커 김씨의 제의에 따라 경기조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승부에 관계가 없는 데다 조작 방법도 간단해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선수는 지난해 7월 LG트윈스로 구단을 옮겼다. 브로커 김씨는 김 선수와 짜고 경기를 조작하고 돈을 건넨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김 선수는 그동안 혐의를 극구 부인해왔다. 그는 본지(2월 17일자 10면)와의 인터뷰에선 “경기 조작과 관련 없다. 내 이름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브로커 김씨 등) 이름도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또 조작 의심을 받는 경기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끝까지 가면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선수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경남 진주에서 훈련 중이던 김 선수를 체포했다. 검찰은 김 선수와 함께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LG트윈스의 박현준(26) 선수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박 선수도 브로커 김씨의 제안을 받고 비슷한 기간 같은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경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구계는 이날 김성현 선수의 체포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들은 검찰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에 (김 선수의 체포) 소식을 들었다.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충격이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고 밝혔다.

 김 선수의 소속 구단인 LG 트윈스의 백순길 단장은 “ 깜짝 놀랐다. 정확한 사태가 파악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은 김 선수가 지난해 넥센 소속일 때 경기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넥센의 조태룡 단장은 “안타깝다. 의혹이 명백하고 신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야구계는 이 사건이 프로야구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두산의 김태룡 단장은 “신속한 수사로 시즌 전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 길어질수록 프로야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SK의 민경삼 단장도 “ 의혹을 확실히 풀어냈으면 한다. 수사를 철저히 하되 시즌 시작 전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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