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쇼핑가 20대가 '왕'

중앙일보

입력

백화점 고객 가운데 20대는 뜨고 30대는 지고 있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30대는 호주머니가 가벼워져 씀씀이가 움츠러든 반면 20대의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1980년대에는 40대가, 90년대 들어선 30대가 백화점의 주 고객이었는데 최근 20대가 급부상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올 상반기 롯데카드를 사용한 3백50만명의 고객을 분석한 결과 본점의 경우 20대가 구매한 금액이 9백68억원으로 전체 매출 3천2백75억원의 29.5%를 차지해 30대의 9백51억원(29.0%)을 처음 앞질렀다.

롯데백화점의 신헌 이사는 "20대는 사회에 갓 진출했거나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 쓰다 보니 소비심리가 위축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본점 고객에서 20대 비중도 지난해 28.3%에서 올 상반기에는 35.3%로 껑충 뛰었다. 이들이 구매한 금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9%에서 29.4%로 높아졌다.

반면 30대의 점유율은 지난해 32.8%에서 올 상반기 29.3%로 줄었다. 구매금액의 비중도 31.3%에서 29.1%로 감소했다.

전국 13개점을 대상으로 했을 때도 20대 고객의 비중은 지난해 23%에서 올 상반기 28%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30대는 고객수나 구매금액 면에서 각각 33%와 31%로 지난해보다 비중이 1%포인트씩 줄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점의 경우도 20대 고객의 점유율이 지난해 13.5%에서 올 상반기 19.5%로 늘었다. 30대는 지난해 32%에서 31%로 줄었다.

20대 구매력의 증가는 지방점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부산점의 20대 점유율은 지난해 20.7%에서 올 상반기 26%로 증가했다. 이들이 구매한 금액의 비중 역시 19.1%에서 23%로 증가했다. 30대의 점유율은 1%포인트 줄었다.

할인점.슈퍼마켓 모임인 체인스토어협회의 반지명 부회장은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소비문화가 20대 중심으로 확산하고 상품의 주요 표적도 20대로 이동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의 오영세 영업총괄팀장은 "아직까지는 30대가 백화점의 주 고객이지만 20대의 구매력이 예상보다 빨리 커지고 있어 2~3년내 역전될 전망" 이라며 "20대가 좋아하는 상품 매장을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롯데 본점은 지난달 매장을 개편하면서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영캐주얼 매장을 80평 늘렸다.

대신 부인복 매장은 줄였다. 홈쇼핑의 경우에도 20대의 약진이 뚜렸하다.

CJ39쇼핑이 지난달 연령별 고객분포를 조사한 결과 20대 고객은 16%로 지난 1월(12%)보다 4%포인트 늘었다. 반면 30대는 30%로 변동이 없었다.

이 회사의 김진현 이사는 "지난해에는 40대 고객이 가장 많았으나 올들어 30대 고객이 최대 고객층으로 자리잡았고 최근엔 20대 고객의 유입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