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다하는 주부 댄스 그룹 ‘레이디 스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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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에 댄스까지 만들어 연습했다는 오세연·실비아정·문현경(왼쪽부터) 주부의 모습.

‘오늘도 길을 나선다 그 누구보다 먼저 / 망설일 필요 없다 줌마파워’(자작곡 ‘줌마파워’ 중) 경쾌한 음악이 연습실을 메우자 여성 세 명의 댄스 향연이 펼쳐진다. 한 눈에 봐도 오래 연습한 흔적이 느껴지는 춤 동작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비트의 노래는 낯설었지만 잘 짜여 있는데다 기교도 갖췄다. 마치 아이돌 댄스 그룹의 무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이들은 이름하여 주부 댄스 그룹 ‘레이디 스텔라’다.

레이디 스텔라는 실비아정(38·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오세연(38·기흥구 동백동), 문현경(32·군포시 산본동)씨로 구성된 3인조 댄스그룹이다. 정씨와 오씨가 3명씩의 자녀를, 문씨는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다자녀 출산 국가 정책’에도 잘 부응하고 있는 주부들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이들은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연습실에 모여 구슬 땀을 흘리며 춤과 노래를 연습한다. 몸매와 춤실력이 젊은 여성 못지 않다. 이들은 노래는 물론, 작사?작곡까지 직접해 주위를 놀라게 한다.

“대한민국이 온통 노래의 홍수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작사 작곡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주로 오전 시간을 이용해 연습하고 오후에는 집안 일에 매진하는 열혈 아줌마들이다.

음악 위해 ‘아줌마’의 한계를 깨트리다

레이디 스텔라의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갑내기 정씨와 오씨는 막내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며 서로 알게 됐다. 끼있는 사람이 끼 있는 친구를 알아보는 법. 둘은 노래에 대한 서로의 열정과 재능을 읽었다. 다음해 동네 노래자랑에 함께 출전하기도 하면서 음악적 유대감을 쌓아 나갔다. 정씨는 “이후 그룹 활동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노래 잘하는 사람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 과정에서 남편 친구의 아내인 문씨가 팀의 막내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어 활동할 생각이었다. 세 주부는 인근 교회의 밴드 연습실과 장비를 빌려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줌마 노래’가 자꾸 만들어졌다. 아줌마의 소리로 아줌마의 마음을 담고 싶었던 열망이 모두의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다. 오씨는 “우리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지인들이 방향 전환을 권했고, 결국‘레이디 스텔라’라는 본격 댄스 그룹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래 녹음은 분당구 구미동에 있는 스튜디오를 잠시 빌려 했다. 비용은 리더인 정씨가 부담했다. 현재 ‘줌마파워’를 비롯해 총 4곡의 녹음을 마치고 교회 연습실에서 곡에 맞춰 댄스 안무를 마무리하고 있다.

작곡에서 안무에 댄스까지. 여느 아줌마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들 세 아줌마가 각각 ‘신촌마돈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에 못지않은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다. 정씨는 오랫동안 작곡을 마음에 두고 지냈다. 4년 전부터는 곡을 쓰면서 뮤지컬 각본까지 연습했다. 오씨는 미혼 시절 동네에서 노래 잘하는 이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였다. 문씨는 CCM가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정씨는 “주변에 생각 외로 우울한 주부와 아기엄마들이 많은데 음악으로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다. 문씨도 “요즘 가요 노랫말은 성적이고 폭력적인 것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좋은 노래를 쓰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댄스 연습으로 자신감·다이어트까지

음악 활동을 시작하며, 평범한 주부였던 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몸매 관리, 대인관계와 같은 방면에서 자신감이 부쩍 늘어났고 지루하고 피곤했던 육아와 살림에도 탄력이 붙은 느낌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더 즐거워졌다는 오씨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댄스 연습으로 살도 10kg 이상 빠졌으니 대만족”이라며 웃는다. 정씨와 문씨 역시 “춤 연습에 완전히 푹 빠져 매일이 새롭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꿈은 기성 댄스그룹처럼 활동하며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는 것이다. 또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들고 여성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을 위해 오늘도 맹연습 중이다. 이들은 “아줌마들이 모인 곳에서 우리의 노래와 춤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주부들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필요한 곳에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룹. 그들이 그리는 ‘레이디 스텔라’의 모습이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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