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화려하게 부활한 게임메이커, 노정윤

중앙일보

입력

일본프로축구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하고 있는 노정윤이 한국 대표팀의 게임메이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레바논에서 열리는 제1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밤 트리폴리 경기장에서 중국과 첫 경기를 가졌다. 한국은 시종일관 공격의 주도권을 잡으며 중국을 몰아붙였지만 결과는 2 - 2 무승부. 회심의 슛이 두 차례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올 정도로 불운도 따른 한 판이었다.

대표팀은 첫 경기를 비김으로써 남은 쿠웨이트,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최초 계획대로 조 1위 8강 진출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수비의 핵인 홍명보가 퇴장으로 쿠웨이트전에 출장하지 못한다. 또한 연이은 부상으로 수비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점을 고려하면 남은 경기를 반드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위기에 빠진 한국 대표팀은 이제 공격력의 극대화로 수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노정윤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겸 게임메이커로 선발 출장한 노정윤은 경기 초반으로 활발한 움직임과 정확한 패스를 선보이며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7분에는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로 페널티 지역에서 반칙을 얻어내 페널티 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상철의 실축으로 골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노정윤의 활약을 예고하기에는 충분했다.

개인돌파로 몸을 푼 노정윤은 결국 이날 한국이 뽑아낸 2골을 모두 자신의 발끝으로 만들어냈다.

첫번째 골은 정확한 어시스트. 노정윤은 전반 30분 정확한 센터링으로 설기현에게 완벽한 헤딩슛 기회를 제공했다. 이영표가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온 볼을 밀어넣어 첫 골을 뽑아냈지만 노정윤이 만들어 낸 작품임에 틀림없었다.

1 - 1로 팽팽히 맞선 후반 13분에는 이영표의 짧은 코너킥을 받아 직접 골로 연결했다. 슛을 하기 어려운 사각에서 노정윤이 오른발로 멋지게 감아 찬 볼은 곡선을 그리며 반대쪽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날라온 갑작스러운 슛에 중국 골키퍼는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다.

노정윤은 후반 31분 최철우로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쉴새 없이 누비며 게임메이커로 자신의 기량을 과시했다. 좌우 측면을 오가는 뛰어난 기동력, 빈 공간을 타고 들어가는 정확한 패스, 공에 회전을 실은 슈팅력 등 모든 것을 보여줬다.

다만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체력부족은 이번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노정윤은 중국에게 페널티 킥으로 동점골을 내준 후반 20분 경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움직임이 둔해졌다. 노정윤이 약점을 보완하려면 경기 중에 효율적으로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집중력을 강화해야 90분간 중원을 호령하는 게임메이커로 발전할 수 있다.

Joins 금현창 기자<lafir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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