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김지석, 구리와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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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보(1~17)=16강전에서 중국의 리저 6단을 격파하고 고갯마루를 넘어가 보니 그곳에 구리 9단이 기다리고 있다. 김지석 7단은 쓴웃음을 삼킨다.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쿵제 9단을 꺾고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가다가 구리에게 걸려 쓰러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얼굴은 꽃사슴이지만 바둑은 맹수처럼 사나운 김지석에게 구리는 매번 한 수 위의 전투력을 보여줬다. 대국장으로 들어가는 김지석의 가슴은 새삼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렇다. 내가 싸움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구리를 넘어서야 한다. 구리는 이세돌 9단과 함께 모든 전사의 목표이자 타깃이다.

 돌을 가려 흑을 잡은 구리가 노타임으로 우상 화점을 두드린다. 김지석의 백6이 이채롭다. A의 갈라침과 B의 걸침이 대세지만 김지석은 오늘 큰 모양 대결을 해보고 싶은 것 같다. 9도 드문 수다. ‘참고도 1’이 흔하다. 15는 큰 시합에선 처음 본다. 9와의 간격이 이상해 미학파들은 두지 않는 수. 그래서 ‘참고도 2’처럼 두어지곤 했는데 박영훈 9단은 “요즘은 달라졌다”고 한다. ‘참고도 2’는 백4 한 점이 준동하는 수가 준엄한 면이 있어 실전 15처럼 둔다는 것이다. 17에 이르러 우변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땅이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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