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도” 일본 “관음도 또는 죽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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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14면

독도에 가면 이사부길이 있다. 일반인이 독도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발을 딛는 곳인 동도(東島)의 선착장에서 독도경비대 주둔지로 올라가는 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주소 체계를 일본식 지번(地番) 주소에서 도로명 중심의 주소로 개편하면서 ‘독도이사부길’이란 공식 명칭을 붙였다. 서도(西島)에 살고 있는 주민 김성도씨의 집으로 향하는 길은 ‘독도안용복길’로 이름 지어졌다. 맹형규 장관이 현지에 가 도로 표지판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는 이사부 장군이 독도를 처음 한국 영토로 편입시켰으며, 조선 숙종 때의 어민 안용복이 일본 관헌과의 논쟁 끝에 독도 영유권을 지켜냈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우산국 부속 우산도 정체 논란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정벌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서기 512년 우산국이 신라에 복속함으로써 독도는 울릉도와 함께 한반도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는 우산국이 울릉도와 그 속도인 독도로 구성됐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신라가 우산국을 정복해 편입한 사실에는 이론이 없지만 우산국은 어디까지나 울릉도를 말하는 것일 뿐 지금의 독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요약하면 논쟁의 초점은 독도는 과연 우산국의 일부였는가 아닌가로 좁혀진다.

이런 논란이 일어난 것은 독도의 명칭이 바뀌어온 것과 관련이 있다. 독도란 이름이 굳어진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한국 측 문서에 독도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06년 울도군수 심흥택이 중앙정부에 올린 보고서에서다(일본 측 기록에는 1904년의 ‘군함 니타카 행동일지’에 처음 나온다). 그 이전의 한국 고문헌에 등장하는 우산도 또는 삼봉도란 이름의 섬을 놓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해석을 달리한다. 우산국은 울릉도와 우산도로 이뤄졌으며 그 가운데 우산도는 지금의 독도에 해당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와 학계의 입장이다.

일본은 이를 부정한다.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 우산도는 울릉도의 다른 이름일 뿐 별개의 섬이 아니란 주장이다. 이른바 일도이명(一島二名)설이다. 일본은 1950년대 한국 정부에 보낸 외교문서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 근거로 '동국여지승람'에 ‘일설에 우산과 울릉은 본래 하나의 섬이다’라고 적혀 있다는 점 등 몇몇 사료를 제시했다. 또 다른 주장은, 우산도와 울릉도가 서로 다른 섬이란 점을 인정한다 해도 우산도는 독도와는 별개의 섬, 다시 말해 울릉도 인근에 있는 관음도나 죽도를 가리킨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본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기록은 1454년 세종실록 지리지(1454년)의 기술이다. 울릉도와 우산도를 두 개의 섬으로 기술한 최초의 문헌이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에는 “우산과 무릉의 두 섬은 (울진)현의 바로 정동쪽 바다 가운데 있다. 두 섬의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날씨가 맑으면 서로 바라볼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무릉은 울릉도, 우산은 독도를 말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러한 해석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울릉도에서는 독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일본은 1966년 외무성 조사관 가와카미 겐조(川上健三)가 펴낸 '다케시마의 역사지리학적 연구'에서 수학 공식을 동원하며 이를 부정한 이래 줄곧 같은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일본의 일부 학자는 우산도는 울릉도에서 87㎞ 떨어져 보이지 않는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 바로 옆에 있어 잘 보이는 섬 죽도(일본이 말하는 다케시마와는 다름)를 말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죽도는 울릉도 부속 섬 44개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도동항에서 7㎞ 거리에 있다.

이로 인해 울릉도에서 과연 독도가 보이는지 않는지의 검증이 중요해졌다. 국내의 몇몇 사진가들은 울릉도에서 독도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7월 중앙일보 1면에 보도된 사진이 대표적이다(사진). 이는 200㎜ 렌즈로 촬영한 것이다. 최근에는 울릉도 내수전 등 고지대에 있는 관광 전망대에서 날씨가 청명한 날 독도를 실제로 목격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세종실록'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예부터 울릉도에 살던 주민이 육안으로 독도를 관찰했다면 항해를 하고 영유 의식을 가졌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땅인 시마네현 오키 섬에서는 육안으로 독도를 관측할 수 없다.

한편 일본 학자들이 우산도라고 주장하는 죽도는 날씨가 맑은 날뿐 아니라 흐린 날에도 잘 볼 수 있다. 따라서 '세종실록'에서 ‘날씨가 맑으면’ 잘 보인다고 표현한 우산도와 흐려도 잘 보이는 죽도를 같은 섬으로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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