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에 탈북자 강제 북송 말라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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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의 신병 처리에 대해 중국 정부에 우려를 표시하고 강제 북송 금지를 촉구했다. 탈북자 문제가 미국과 중국(G2) 간 이슈로 확대된 것은 처음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24일 “미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탈북자 문제를 국제난민협약에 따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뤄나가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탈북자 강제 송환 금지를 공개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한·중 외교문제로 공론화한 이후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대중 전방위 외교 공세로 발전되는 모양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그동안 중국 정부와 양자 협의하에 (탈북자) 대책을 진행해 왔다”며 “그러나 실효성이 약해 중국 정부에 난민협약 원칙 준수 등을 강하게 요청하는 한편 유엔인권이사회와 한국을 돕는 나라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도록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외교부는 "유럽연합(EU) 등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나라들과 국제적인 협조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중 대립구도가 선명한 가운데 나온 미국의 대중 압박은 오히려 중국을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예 한·중 간 탈북자 협의 자체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하고 탈북자 처리를 더욱 강경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 탈북자 문제 공론화는 지난 20년간의 ‘조용한 대중 외교’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며 “단기간 어렵더라도 국제사회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중국의 행태를 그대로 감수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외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위원회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새누리당 구상찬,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결의안을 하나로 묶어 위원회 안을 만든 뒤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탈북자 강제 북송을 규탄하고 ▶강제 북송 중단을 위한 중국 정부의 변화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며 ▶난민지위협약을 준수하고 탈북자에 대한 고문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박선영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지난 20년 동안 수만 명의 탈북자가 강제 북송돼 공개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으며, 이번에 체포된 탈북자 가운데는 한국에 부모가 있는 미성년자와 한국에 딸이 있는 70대 노인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신중한 타협을 거쳐 해당 문제를 처리해왔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월경자를 북송했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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