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페이스 카우보이

중앙일보

입력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명사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감독.주연을 도맡으며 노익장을 과시한 영화.

'서부를 개척했던 총잡이들이 무대를 우주탐험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 가장 큰 특색이다'. '광활한 서부에 도전했던 사나이들의 패기만만한 정신이 우주 공간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다.

전체적으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영화를 보는 느낌. 그만큼 영화 자체가 완만하게 전개된다는 뜻이다.

속전속결식의 신속한 장면전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처음부터 호흡을 길게 유지하며 화면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좋게 보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배우가 조급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충고하는 듯하고, 나쁘게 보면 왕년의 대스타도 세월의 흐름 앞에선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낸 듯하다.

주요 메시지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는 것.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희망했던 미 공군 최고의 정예 조종사팀이 42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그 꿈을 이루게 된다는 줄거리다.

각각 50~70대 할아버지 네 명이 다시 뭉쳐 추락 위기에 몰린 낡고 낡은 러시아 통신위성의 유도체를 수리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지구를 향해 계속 하강하는 통신위성, 위성에서 발견된 핵탄두 여섯개 등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이들 노배우들의 여유와 유머, 그리고 진한 우정이다.

췌장암에 걸린 대원 한 명이 핵탄두와 함께 달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에선 일종의 비장미가 엿보인다.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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