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로서’와 ‘로써’ 구별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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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우리나라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이 오만을 3대 0으로 물리침으로써 7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축구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대표 팀에 박수를 보내고 본선에서도 좋은 경기를 해주기를 바란다.

 글을 쓸 때 ‘(으)로서’와 ‘(으)로써’의 구별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위 글에도 ‘물리침으로써’ ‘축구 선수로서’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등이 나오는데 어떻게 다른 걸까.

 우선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자격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그는 부모로서 아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해 줄 수 없는 것이 늘 미안했다” “그들은 항복하는 것보다는 군인으로서 싸우다 명예롭게 산화하는 길을 택했다”처럼 쓸 수 있다. 이 경우는 ‘부모라는 신분으로’ ‘군인이라는 신분으로’의 뜻이기에 ‘(으)로서’로 쓰는 것이 옳다.

 반면 ‘(으)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원료를 나타내거나 어떤 일의 수단·도구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나는 그가 하는 말은 콩으로써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 같은 경우다. 그래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을 가지고’나 ‘~을 수단으로’를 사용해 문장을 바꿔 보자. 이렇게 했을 때 ‘콩을 가지고 메주를 쑨다’처럼 문장에 이상이 없으면 ‘(으)로써’가 맞는 것이다.

 글머리의 ‘축구 선수로서’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는 ‘축구 선수의 신분으로’ ‘국민 중 한 사람의 신분으로’의 뜻이고 ‘물리침으로써’는 ‘물리치는 것을 수단으로’라는 뜻이므로 제대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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