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억 저택·자가용 헬기, 30대 갑부 굴욕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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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일 공유 사이트인 메가업로드를 창업해 돈방석에 앉았다가 지난달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킴 닷컴(Kim Dotcom·38)이 22일 풀려났다. 단 앞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인터넷 덕분에 돈방석에 앉은 그에게는 끔찍한 형벌이나 다름없다. 보석을 결정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방법원은 그에게 감시가 쉬운 작은 집에 살고, 집 근처에서 헬리콥터를 이착륙시키지 말라고 명령했다. 원거리 여행도 제한했다. 도주를 우려한 조치다.

 2005년 설립된 메가업로드(Megaupload)는 전 세계 가입자 1억5000만 명과 하루 평균 방문자 수 5000만 명을 자랑했다. 이 사업으로 킴 닷컴은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드러내놓고 호화롭게 살았다. 2322㎡ 규모의 2400만 달러(약 264억원)짜리 저택에 거주하며 자가용 헬리콥터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불법 다운로드 조장 및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혐의로 이 사이트를 강제 폐쇄했다. 이튿날 오전 6시45분 뉴질랜드 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을 받아들여 킴 닷컴 외 4명을 긴급 체포했다. 체포 작전에는 무장요원 등 76명이 동원됐다. 혐의는 저작권법 위반과 돈세탁 모의, 공갈 등이었다. 그가 일부 언론에서 ‘해적왕(Pirate King)’으로 불리는 이유다.

 체포 이후 그의 행적과 면모가 자세히 드러났다. 가장 큰 특징은 ‘다국적(多國籍)’이라는 점. 그는 독일·뉴질랜드·핀란드 등 3개국의 여권과 여러 이름으로 된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본점은 홍콩에 뒀다. 이름도 여러 개다. 독일 태생으로 본명이 킴 슈미츠였던 그는 인터넷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성을 ‘닷컴’으로 바꿨다. ‘킴 팀 짐 베스토’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체포 당시 ‘해커’, ‘마피아’ 등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승용차 등 소유 자동차만 18대였다. 수천만 달러의 현금과 국채도 보관하고 있었다.

 체포된 뒤에는 쟁쟁한 변호사들을 고용했다. 폴라 존스로부터 성추행 소송을 당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변호했던 로버트 베넷 변호사, 뉴질랜드에서 명성이 드높은 폴 데이비슨 변호사 등이다. 그가 잘못을 순순히 인정할 것 같지는 않다. 체포 직후부터 “인터넷 저장 공간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젊었을 때 실수를 했고 대가를 치렀다”며 “스티브 잡스도 해커였고, 마사 스튜어트도 내부자거래 사건 이후 잘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열렬하고 전투적인 지지자들까지 거느리고 있다. 해커집단 어나너머스는 이달 초 메가업로드 폐쇄에 항의해 FBI 웹사이트를 마비시켰다.

 미국은 그를 넘겨받아 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하지만 킴 닷컴은 자녀 3명, 임신 중인 부인과 함께 사는 뉴질랜드에서 재판 받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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