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 없냐?" 면접서 물었다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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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A씨(24·여)는 2010년 2월 문화센터 전문강사직에 응시해 면접을 하던 중 “남자 친구는 몇 명 사귀었느냐”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받아 굴욕감을 느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면접관의 발언으로 구직자가 성적인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해당 문화센터 측에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22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입사철을 맞아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의 발언과 행동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 진정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29·여)는 2010년 9월 모 회사 대표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던 중 갑자기 대표가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고 진정했다. C씨(26·여)는 지난해 10월 면접에서 회사 대표로부터 직무능력과 무관한 성적 질문을 수차례 받았고, 채용이 확정된 다음에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직장 상사가 될 사람과 블루스를 출 것을 강요당했다. 기혼 여성인 D씨(40)는 2007년 9월 골프장 신규직원 채용 면접에서 면접관이 서류에 기재된 가족 사항을 보고 “왜 아이가 없느냐” “누구에게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인권위 김은미 조사국 차별조사과장은 “성희롱은 대부분 불평등한 권력 관계나 성적 편견, 차별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채용 여부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면접관이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성적 언동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일부 기업들이 구직자의 위기상황 대처능력을 알아본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압박 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는 사례가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관련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성희롱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또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성희롱 예방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실태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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