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빨아들이는 '사이버 주식 단타매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거래의 확산이 ''사이버 깡통계좌'' 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깡통계좌(원금이 바닥난 계좌) 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일반계좌에서도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5백만원으로 온라인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김모(26) 씨는 주식을 자주 사고 팔아 최근 3개월간 주식약정(거래) 금액이 1억1천만원으로 불어나는 과정에서 결국 깡통을 차고 말았다.

요즘 金씨와 같이 곤경에 처한 투자자들은 증권사마다 30~5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金씨의 계좌가 텅 비게 된 경위를 살펴보자. 현행 증권거래는 입금액의 2.5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으며, 주식매입 뒤 3일째 되는 날에 대금 결제가 이뤄진다.

따라서 3일째 결제할 자금이 모자라면 증권사가 해당금액 만큼의 고객 주식을 강제로 팔아(반대매매) 결제자금을 충당하게 된다.

그러나 金씨와 같은 사이버 투자자들은 클릭 몇번으로 간단히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간편성에 현혹당해 깡통계좌 보유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반대매매를 당할 처지에 이르면 그 직전에 보유주식을 팔아버려 반대매매를 피해나간 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주식을 사게 되는데, 요즘과 같은 하락장세에서는 원금을 날리기까지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매매손실이 생기지 않더라도 주식거래에 따른 비용(증권거래세 0.3%+위탁수수료 0.1% 안팎) 이 만만찮아 매매가 잦을수록 원금을 까먹게 된다.

또 이런 사이버 투자자들은 빈번한 거래를 통해 약정금액이 입금액의 1백배 이상으로 쉽사리 불어난다.

5백만원으로 시작한 金씨의 경우 최근 석달간 약정규모가 1억원을 넘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1주일에 기껏해야 두세차례 거래하던 종전의 오프라인 방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미 깡통계좌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금이 줄어들어도 최초 입금액을 기준으로 ''재매수 가능금액'' 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1천만원을 입금한 경우 2천5백만원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데 매매손실과 거래수수료 등으로 원금이 줄어들어도 재매수 가능금액은 2천5백만원 그대로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재매수 가능금액 산정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증권전산과 증권사들은 지난달 산정방식을 조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깡통계좌 양산으로 미수금액이 발생하는 것에 비해 빈번한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보고, 현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D증권 최모 이사는 "최근 위탁자 미수금 4천8백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이같은 ''사이버 깡통계좌'' 에서 비롯됐다" 며 "미수계좌를 조사해 본 결과 70%는 사실상 떼인 돈"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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