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의사들 '우린 벤처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의료 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업체 에임메드는 종합병원의 축소판이다.

임직원 41명 가운데 9명이 의사 또는 수련의(인턴)출신이다.

심장 전문의(흉부외과)인 노환규(39)사장을 비롯 소아.신경.가정의학과 등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함께 일한다. 간호사 출신까지 합치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의료 전문직이다.

'건강샘' 이라는 의료 포털 사이트로 알려진 닥터헬프도 임직원 15명 가운데 5명이 의대 출신이다. 신경과 전문의 김진(36)대표와 한의사 1명을 포함해 정신과.내과.약사 출신이 일한다.

이처럼 의사 임직원을 둔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병원의 폐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업체에 전직하려는 의사들도 있다.

이들은 메디슨.비트컴퓨터.메디다스 같은 의료 벤처 신화를 일구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노환규 대표는 "의사들이 의료.건강 분야의 닷컴 사업에 눈을 떴고 의약 분업.의료시장 개방 등 급변하는 진료 환경도 의사들의 전직을 부추기고 있다" 고 말했다.

◇ 창업 열기〓의사들의 벤처 창업과 취업이 늘어난 것은 코스닥 시장의 상황이 좋았던 올 봄부터다.

최근 벤처업계의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창업이 주춤해졌지만 벤처에 취업하려는 의사들의 발걸음은 여전하다.

의료 벤처인의 협회 결성을 추진 중인 오픈닥터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의사가 진료 이외 분야에서 전업한 경우는 손꼽을 정도였다.

이 회사 최영철 사장은 "벤처업계와 언론사 기자.제약회사 전문 세일즈맨 등을 다 합쳐도 20명이 안됐는데 이제 벤처업계에만 1백여명의 의사가 가운을 벗어던지고 PC 앞에서 일하고 있다" 고 말했다.

예치과 체인병원을 운영해온 박인출 원장은 지난 봄 진료를 그만 두고 메디소프트라는 의료 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뛰고 있다.

의사가 본업을 접고 회사 대표로서 경영 일선에 나선 벤처기업은 20여개, 겸업으로 벤처사업에 간여하는 곳은 수백곳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70% 정도는 올들어 창업한 회사다.

의사들의 창업 분야는 ▶의료 콘텐츠 제공▶의료정보 전달▶의료 기기.약품의 유통▶의료기 제작▶건강관리(헬스케어)▶생명공학 등 인터넷 포털사업에서 유통.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여느 벤처기업처럼 수익구조가 아직은 탄탄하지 않다. 회원이 90여만명인 의료 포털사이트 '건강샘' 을 운영하는 닥터헬프와 에임메드.메디소프트 등이 선발 업체에 속하고, 메드밴.오픈탁터스.엠디.메디칼익스프레스 등이 빠르게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벤처로 가자〓지난 8월 수련의(인턴)생활을 접고 에임메드에 몸담은 권인호(27)씨는 "사이버 공간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고 말했다.

지난 5월 닥터헬프에 입사한 내과 전공의(레지던트)이종석(28)씨는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의 구축.관리를 맡고 있다.

김진 사장은 "전문의 가운데 사업 계획서를 들고 상담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고 제대를 앞둔 군의관.공중 보건의들도 병원보다 테헤란로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고 말했다.

에임메드에는 연초보다 적지만 최근에도 한달에 서너명씩 의사들이 취업 상담을 하러 온다.

메디소프트 朴대표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진료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이 관련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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