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리한 응수타진, 백18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13보(171~182)=이창호·이세돌이 구리·쿵제에게 모두 져 씁쓸해 하던 한국 진영에 나현의 존재는 커다란 위로였다. 16세 나현이 쿵제와 맞붙어 형세를 유리하게 이끌고 드디어 필승의 형세를 구축하자 이제는 신바람이 났다. ‘기적 임박’의 분위기 속에서 행여 부정이라도 탈까 봐 모두들 숨을 죽였다. 한데 백△라는 극단의 몸조심이 등장하면서 바둑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드디어 반집 승부가 됐다. 검토실의 젊은 기사들은 “아마도 지는 것 같다. 진다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데 쿵제 9단이 둔 179, 181이 문득 정적을 몰고 온다. ‘참고도1’처럼 쉽게 두는 것으로 계산해 흑 반집 유리라는 계산서가 나왔던 것인데 흑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칼칼하고 좀 더 타이트한 수. 아슬아슬한 계가를 좀 더 확실하게 만들고 싶은 쿵제의 욕망이 느껴진다. 그러나 불리한 쪽에서 보면 변화란 두렵기는커녕 언제나 환영이다. 흑이 원하는 것은 ‘참고도2’ 백1로 받으라는 것이지만 그건 확실히 지는 길. 고분고분 받아줄 리 없다. 바로 그때 182가 떨어졌다. 백은 A에 돌이 놓이게 되면 B의 응수가 필요없이 C로 직행할 수 있다. 182는 그걸 노린 벼랑 끝 응수타진이다. 예리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