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순식간에 반집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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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12보(153~171)=대국이 끝난 뒤 전보 백△에 대해 나현 초단에게 물었다. “수가 있나.” “그것으로 이긴다고 봤나.”

 나현은 수줍게 웃으며 “두텁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텁게 둔다는 것은 뭔가 수가 있다는 뜻. ‘참고도1’을 보면 흑1로 건너붙인 뒤 5로 나오는 맛이 있다. 6으로 일단 탈은 없지만 흑이 A와 B의 선수로 C를 노리게 되면 흑1 한 점이 움직이는 수도 발생할 수 있다. 흑 대마의 목숨도 걸린 일이라 실로 요원한 노림이긴 해도 뭔가 꺼림칙한 요소가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므로 백△로 막아 이긴다면 어떤 수도 이보다 깨끗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이겼나?

검토실은 계가가 이상하다며 비상이 걸렸다. A의 비마를 선수했다면 무조건 이겼다. 그러나 실전은 이상하다. 어쩌면 반집 질지도 모른다. 반면으로 비슷하다던 바둑이 좌상을 빼앗기고 절대선수로 믿었던 157마저 넘겨주면서 눈터지는 반집 승부, 그것도 질 부가 많은 반집 승부가 되고 말았다. 백△에서 16세 나현의 노인 같은 침착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잔뜩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158은 흑B를 방비했고 170(백◎)은 정수. ‘참고도2’ 백1로 잇는 것은 흑2로 사활이 패에 걸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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