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만들며 과학 호기심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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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흰색 안경)·김수정·김연수양(시계 방향)이 직접 만든 와플을 먹고 있다.

“엄마,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요” 김민지양(경기도 김포 양도초 4)이 엄마와 함께 만든 와플 반죽을 보면서 자랑했다. “여기에 녹차가루와 딸기를 갈아 넣었으면 이쁜 색깔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김양의 부모 한경조(41·여·경기도 김포시)씨는 와플 분말이나 호떡분말과 같이 자녀들과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입한다. 요즘은 와플뿐 아니라 붕어빵, 호두과자와 같이 겨울철 간식을 직접해 먹을 수 있도록 조리도구뿐 아니라 전문적인 식자재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씨는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웬만한 건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반죽을 하거나, 모양을 만들고 장식을 하는 등 만드는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씨가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이유는 재미있어 하기도 하지만 과학적 호기심을 자연스레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이것 저것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는 데 그 때마다 아이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서 질문을 했다면 ‘이스트(술의 양조와 빵의 제조에 사용하는 효모균 제품) 때문인데, 이스트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네가 한번 찾아보고 설명을 해주렴’이라고 말해 아이가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가 답을 찾아 설명했다면 여기에 자연스레 엄마의 경험을 첨가시켜 설명을 보충했다. 예컨대 이스트가 없던 옛날에는 우리 조상들이 막걸리를 이스트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식이다.

 아이의 설명이 부모가 생각하는 대답과 전혀 다른 방향이라도 성급하게 ‘그건 아니야’, ‘답은 이거란다’와 같은 반응은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만드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다른 주제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팩토리 조양래 대표는“‘너는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그 이유가 뭐니?’와 같은 끊임없는 질문을 토대로 아이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씨는 과학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되도록이면 책을 찾아보도록 지도했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자기주도적으로 해결방법을 찾는 연습이 부족해 진다고 생각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독서하는 습관이 되다 보니 지금까지 별다른 사교육 없이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간식을 만들면서 생겨난 과학적 호기심이 창의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씨는 “송편을 만들 때도 아이들끼리 연필모양·지우개모양·참외모양처럼 각자의 상상력을 담은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표현력과 창의력이 키워진다는 생각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아이들은 만들었다가 쉽게 부서뜨릴 수 있는 재료가 소근육과 창의성 발달에 좋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도 쉽게 수정할 수 있고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창의력과 표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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