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금리 인상론 재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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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3일 "최근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며 "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공금리의 대표격인 콜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증시침체.자금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한은이 실제로 콜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한은은 "금리 올려야" 〓무엇보다 물가불안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 9월 중 소비자 물가는 전달보다 1.5% 올라 1998년 2월(1.7%)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올 들어 9월까지 물가는 2.1% 오른 것으로 나타나 연간 억제선 2.5%에 바짝 다가섰다.

한은 관계자는 "석유값 상승에 따른 공산품가격 인상이 2~3개월 뒤에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물가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이라며 "사회 전반에 외환위기 직후 같은 허리띠 '졸라매기 분위기' 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증시침체는 고유가 등 악재에다 신뢰상실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한 것인 만큼 금리를 조금 올린다 해도 별 충격이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인상 여부 두고봐야〓금리 조정권한을 지닌 금통위는 금리인상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인상시기를 놓고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시장불안을 들어 시기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 있는 것. 정부는 최근 물가상승이 수요가 크게 늘어서라기보다 농산물.원유 등의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측면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점을 들어 금리를 건드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기면에서 1~2주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현재 5%인 콜금리를 5.25%로 올리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며 "한은도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라면 정부의 눈치를 보다가 금리인상을 미루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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