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대가 뒷돈 오간 소방본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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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경남도 등에서 대형 공무원 비리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자치단체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다. 비난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기현)는 경남도 소방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12월~2011년 1월 사이 심사로 소방경에서 소방정까지 승진한 직원 27명으로부터 1명당 30만원~200여만원씩 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 경남도소방본부장 정모(57)씨를 14일 구속 기소했다. 또 최모(59)·이모(57)씨 등 현직 소방서장 2명과 경남도 소방본부 조모(55)과장 등 정씨가 본부장으로 있을 때 인사부서에 근무한 간부 3명도 수백만원씩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간부에게 돈을 건넨 소방공무원 47명의 명단은 경남도에 통보했다.

 소방공무원의 승진 심사는 필기시험과 달리 상급자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비리 개연성이 높다. 도 소방본부는 승진대상자를 2배수로 정한 뒤 승진심사위원회(소방본부장이 위원장)를 열어 승진자를 결정해 왔다.

 뇌물은 승진을 전후해 대부분 현금으로 건네졌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많았다. 사무실·주차장·승용차 등 어디서나 돈이 오갔다. 검찰은 최근 수년간 심사승진한 109명을 조사해 이 같은 비리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도 소방본부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초 명예퇴직한 정씨를 제외한 50명을 징계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관행적으로 돈을 건넨 측면이 있다”면서 “준 금액이 적은 공무원은 기소하지 않고 명단만 통보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특수부(황의수 부장검사)는 지난 5일 도로 포장공사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하는 등 편의를 봐주고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창원시 건설교통국 도로과 신모(45·7급)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신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현금 5500만원과 500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 돈이 신씨가 건설업자에게서 받은 돈의 일부로 보고 있다. 신씨는 7년 넘게 같은 부서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14일 신씨와 같은 부서인 도로정비담당의 전·현직 6급 홍모(49)·김모(50)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신씨와 함께 도로공사와 관련 5~6개 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금액의 일정액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 등이 담당한 수의계약 300여 건과 관련된 여죄와 받은 돈의 윗선 전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뇌물사건이 터지자 창원시는 뒤늦게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보완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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