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LCD사업 떼어내니 … 삼성전자 또 최고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삼성전자가 15일 장중 113만8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달 30일 미국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개선 소식에 힘입어 장중 최고가 기록(113만원)을 경신한 지 보름 만이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09% 오른 11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종가 기준으로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이날 급등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적자를 내고 있는 LCD사업부를 분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LCD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이를 떼어내면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LCD사업부를 패널 생산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떼어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 구자우 연구원은 “기존 대형 LCD 생산라인을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OLED) 라인으로 전환함으로써 대형 AMOLED TV 생산의 본격화가 가능하다”며 “관련 장비주와 소재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인 일본 엘피다의 경영 악화 소식도 상승세를 부추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월까지 1조2000억 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엘피다는 정부와의 자금지원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파산설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이달 2Gb D램 고정거래가격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6.82%나 오른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덕분에 하이닉스도 이날 5.26% 급등하며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올해 IT업황이 괜찮은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라 삼성전자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스마트폰 매출 증대가 예상되고,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는 지금까지 밟아보지 않은 주가 수준에 오른 만큼 투자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8월 주당 67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새 주가가 거의 배로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최고 150만원까지 제시하며 삼성전자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유로존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며 “여전히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물론 투자 위험 요소도 적지 않다. 올해 애플에서 내놓을 아이패드3와 아이폰5에 대항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유럽판매 비중이 큰 탓에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과 유로화 약세도 부담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22.68포인트(1.13%) 오른 2025.32로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