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MVP 한집안 두 후보, 김주성·윤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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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주성(左), 윤호영(右)

2011~2012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동부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가 두 명이나 있어서다. 김주성(33·2m5㎝)과 윤호영(28·1m97㎝)이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14일 부산에서 KT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고민에 빠졌다. “둘 다 잘해서 어느 한 선수를 고르기 쉽지 않다. 잘못 말했다간 한 선수가 삐칠 수 있다. 누가 더 잘했는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MVP 투표에서 표가 갈려 둘 다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다고 해서 한 선수가 MVP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 프로야구에서도 오승환(삼성)이 팀 후배 최형우를 위해 MVP 후보를 포기해 비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웃음지었다.

 두 선수는 기록도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김주성은 15일 현재 47경기에서 13.8점·6리바운드, 윤호영은 46경기에서 12.5점·5.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온화한 리더십으로 팀을 우승까지 끌고 온 점에서는 김주성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윤호영은 위기 때마다 결정적인 득점과 수비를 해내며 팀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윤호영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김주성은 우승을 확정한 직후 인터뷰에서 “MVP는 (윤)호영이다. 난 이미 두 번이나 받았다. 새로운 인물이 MVP를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타면 100% 기쁠 것이다. 하지만 호영이가 타면 200% 기쁠 것이다. 내 마음이 그렇다”며 “호영이는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했다.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후배를 밀어줬다.

 김주성 옆에 있던 윤호영은 이 말을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 대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때 김주성이 윤호영의 옆구리를 찌르며 “이럴 때 욕심을 드러내는 거다”라고 훈수를 뒀고, 윤호영은 “MVP를 주시면 감사히 받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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