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없이 '나홀로 재판' 늘어

중앙일보

입력

변호사를 선임없지 않고 피의자 가족 등이 직접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등 민.형사 사건에서 당사자 소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구속적부심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3백57명이다. 이중 27%인 99명의 경우 변호사가 아닌 피의자 가족이 직접 신청한 '나홀로 구속적부심'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기간 부산지법에 제기한 소송가액 2천만~5천만원의 민사단독 사건 7천1백85건 가운데 70%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많은 비용이 들고 법률적으로 복잡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변호사를 선임해도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당사자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나홀로 재판' 이 늘어난다" 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지법이 올들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한 사람은 모두 2백11명이다.

이 가운데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인 비율 (인용률)
은 가족신청이 57% (56/99명)
, 변호사에 의한 신청이 60% (1백55/2백58명)
이다. 즉 가족이 신청했을 때나 변호사를 선임했을 때나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법률에 위반되거나 구속 후 합의 등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때 신청하는 것으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변호사들만 신청할 수 있는 '특권' 처럼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었다.

또 공사대금.임대차보증금.대여금 등 민사사건에 있어서도 채무자에 대한 채권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법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소장만 접수한 뒤 직접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이처럼 '나홀로 재판' 이 늘어나면서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가 맡은 민.형사사건은 모두 1만4천4백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4천7백66건 보다 오히려 3백35건이 줄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당사자 재판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법률지식이 부족해 재판진행을 지연시키는 사례도 있으나 변호사못지 않게 변론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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