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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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수퍼컴퓨터라고 하면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를 떠올린다. 그런 고정관념을 깰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이재진(사진) 교수팀은 값싸면서도 단위 지점(노드·node)당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노드당 최대 6개를 연결하고, 그래픽 처리 대신 일반 계산을 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 GPU 각각에 계산량을 적절히 분산,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적용했다. 지금까지의 수퍼컴퓨터들은 노드당 CPU나 GPU를 1~4개를 연결하는 데 머물러 계산 속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노드는 여러 개의 CPU나 GPU가 한 무더기로 연결된 지점을 말한다.

 연구팀은 16개의 노드에 96개의 GPU를 갖는 수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이름을 ‘스누코어(SnuCore)’라고 붙였다. 노드당 처리 속도는 0.991테라플롭스(TFLOPS). 1테라플롭스는 초당 1조 번의 실수 연산을 할 수 있는 속도를 말한다. 부품은 시중에서 개인 컴퓨터용을 구입해 썼다.

 제작 비용은 1테라플롭스당 1300만원으로 현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인 일본의 K-컴퓨터의 12분의 1밖에 안 들었다. 그러나 노드당 계산 속도는 약 7배나 빠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관련 응용소프트웨어 등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이 교수는 “범용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노드의 수는 1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독자 기술로 수퍼컴퓨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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