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월드] '컴퓨터와 소곤소곤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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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의 정보처리 기능은 컴퓨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끼리 기존 2진법 모드가 아니라 음성 언어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아직 생소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보전달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될 것이다.

최근 이뤄진 실험 결과들을 보면 컴퓨터끼리 음성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데 속속 성공하고 있다. 그것도 전혀 오차나 실수가 없이 말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들 기계가 일반 전화선을 통해서도 ''대화'' 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회화능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조만간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들 컴퓨터에 의한 회화가 안정도나 문법의 정확성 면에서 인간들이 나누는 회화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지구상의 인간들은 같은 문장이나 단어.발음이라도 아날로그로 발성되는 이상 모두 미묘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는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을 꼬아 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사물과 현상을 놓고 얘기할 때도 사람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방법으로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차이는 인간의 능력과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끼리의 정확한 의사소통, 나아가 컴퓨터끼리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인간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섬세하고 우월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란 단서가 붙는다.

앞으로는 인간과 기계가 서로 같은 레벨에서 회화를 나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패러다임이 나타날 것이다.

모든 전자제품에 버튼이나 마우스가 붙는 게 아니라 음성에 의한 명령과 반응이 주류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실제 승용차나 TV.집 등을 음성으로 조작하는 것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모드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방법의 커다란 장점이다.

인간이 나누는 대화에 컴퓨터가 같이 참여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재로선 엉뚱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와의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그것은 이른 시간 내에 우리 현실 생활에 파고 들 것이다.

일단 나부터도 인간에 준한 감각을 지닌 기계를 회의에 참석시킬 것이다.

기계가 인간과 동등하게 회화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메가바이트 단위의 정보를 교환하며 상호 이익이 되도록 협상과 조정, 대응하는 기능을 갖춰나간다면 컴퓨터가 이젠 새로운 ''전자 혀'' 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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