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농구] 정은순의 마지막 부상 투혼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 정은순(29.삼성생명)이 오른쪽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의 3-4위 결정전에서 마지막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정은순은 29일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경기 종료 6분여를 남기고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상당히 부어 올라 3-4위 결정전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유수종 감독도 "무리하지 말고 몸 생각해서 뛰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인천 인성고 1년이던 87년 3월 태극 유니폼을 처음 입은 정은순은 팀의 맏언니로서의 책임을 져 버릴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이 13년간 정들었던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입고 뛸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몰랐기에 막무가내였다.

유 감독은 경기 시작전 라커룸에서 마지막으로 "뛰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정은순은 "몸이 부서져도 뛰겠다"고 했고 진통제를 먹은 뒤 운동화 끈을 조여 멨다.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상대 센터 알레산드라 올리베이라를 막느라 아픈 발목을 이끌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보통때 같으면 골 욕심에 슛도 많이 던졌겠지만 열세인 골밑 싸움보다는 외곽에 찬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어시스트에 주력했다.

신장의 열세를 몸싸움으로 만회하려다 보니 파울이 많았고 결국 59-63으로 뒤지던 후반 끝나기 1분50초전 5반칙으로 벤치에 앉았다.

다행히 양정옥의 3점슛으로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 들었지만 자신에 이어 후배 정선민(신세계) 마저 퇴장당한 한국의 골밑은 텅비었고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정은순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며 아픈 다리를 이끌며 경기장을 떠났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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