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한국 여자 '갈채받은 패배'

중앙일보

입력

여자농구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9일 올림픽파크 슈퍼돔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눈부시게 선전했으나 힘과 신장의 차이를 극복 못해 65-78로 물러섰다.

한국은 30일 오후 4시(한국시간) 브라질과 3~4위전을 치르게 됐고 미국은 홈팀 호주와 금메달을 다투게 됐다. 호주는 브라질을 64-52로 물리쳤다.

'아시아 최강' '올림픽 4강' 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싸웠다. 적어도 2~3점차 리드를 주고 받으며 당당히 맞대결한 후반 5분까지 세계 최고였다.

스피디하고 투지 넘친 플레이에 슈퍼돔에 모인 1만4천여 호주 관중들도 반해버렸다. 관중석은 "코리아" 를 외치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지난번 예선에서 한국에 고전 끝에 승리한 후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 고 찬사를 보냈던 미국의 넬 앤 포트너 감독은 경기장을 떠나며 "한국은 존경할 만한 농구를 보여줬다" 며 박수를 보냈다.

리바운드수 14 - 41, 골밑슛 성공률 34%-57%.미국의 엄청난 높이는 40분 내내 한국을 찍어눌렀다.

그러나 한국은 정교한 조직력과 사력을 다한 수비로 25분 동안 버텨냈다. 전반 8분까지 19-13으로 앞섰을 때 좀더 점수차를 벌렸다면 막판까지 버텨볼 만했다.

그러나 속공 찬스에서 실책이 겹치면서 리듬을 잃고 11분쯤 19-21로 역전당한 장면이 뼈아팠다.

한국은 후반에 승부를 걸기 위해 13분쯤 정은순(삼성생명.7득점).전주원(현대건설.12득점)을 쉬게 하고 이종애(한빛은행).김지윤(국민은행)을 투입했다.

이들이 뛰는 동안 대량 실점, 17분쯤 29-39까지 처졌지만 주전들이 복귀하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양정옥(신세계.9득점).박정은(삼성생명.14득점) 등이 3점슛을 퍼부으며 추격했다.

전반 스코어 40 - 42. 그리고 후반 5분 46 - 48까지 포트너 감독이 '스릴러' 라고 부른 명승부가 거듭됐다.

그러나 한국은 교체 멤버가 풍부한 미국의 체력에 밀리고 파울이 늘어 수비력이 약화됐다.

미국 나탈리 윌리엄스에게 연속 골밑슛을 허용, 46 - 54로 처진 8분쯤 승부는 정해졌다.

후반 13분 전주원이 5파울 아웃, 14분에는 정은순이 발목부상으로 퇴장하면서 한국은 기력이 다했다.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호주 관중들은 한국 벤치를 향해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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