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위기 요인 엇갈린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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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9일 에드윈 포일너 헤리티지 재단이사장 등 '아시아투자가 포럼' 참석자들과 만나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 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심리적인 불안이 실제보다 더 영향을 주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경제위기의 원인은 "외부적 요인이 더 크다" 고 金대통령은 지적했다.

金대통령이 꼽는 외부적 요인은 고유가(高油價), 반도체값 하락, 포드의 대우자동차 매입 포기, 미국의 주가 하락. 내부적 요인은 개혁 피로감, 집단이기주의, 대우사태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근본적인 경제정책의 오류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땜질하는 방식으로 경제운용을 했기 때문" 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여론에 따라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인기영합주의' 가 경제위기의 실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고대 그리스시대 스파르타에 비해 국력이 훨씬 강했던 그리스가 스파르타에 점령당한 역사의 경험' 을 들어 일방적 대북지원은 "실컷 돈만 대주고 점령당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 전망과 대책〓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면서도 "너무 위기론에 빠져 패배의식을 가지면 심리적 요인이 더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4대 개혁 조속 완성▶고유가에 대비한 에너지 절약▶기존산업을 정보산업으로 재편▶서민생활.지역경제를 살리는 보완책이라는 네 가지 처방을 내놨다.

특히 李수석은 '제3의 오일쇼크' 로 규정하고 '뼈를 깎는 에너지 절약' 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한구 위원장은 "내가 보장하는데 국가부채는 이대로 가다가는 몇백조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 이라며 제2외환위기를 경고했다.

잠재적 국가부채가 5백조원대에 이르고, 지방재정은 바닥을 드러내 부담능력이 없어지고, 빈부격차가 확대돼 중산층이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막기 위해 李위원장은 "공정한 경제원칙을 정립하고 도덕적 해이를 근절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발언논란〓李위원장은 "재벌과 제2금융권의 신용은 엉망이고 정부 재정도 하루가 다르게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면서 "경제가 이렇게 엉망인데도 대북지원을 한다고 난리법석" 이라고 대북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것은 "외국인에게 '미친 놈' 으로 비춰져 국제신용도도 떨어뜨릴 것" 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 대우의 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망언을 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고 논평을 내는 등 논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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