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농구] 유수종감독 "다양한 수비로 강호 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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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를 1984년 LA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4강 고지에 올려놓은 대표팀 감독 유수종(53). 이번 4강 진출은 반쪽 대회였던 LA 때보다 더욱 값지다. 러시아.쿠바 등 과거 천적이었던 팀들을 물리쳤고, 8강전에서는 유럽의 강호 프랑스마저 눌렀다.

이는 '유수종 농구' 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과의 준결승에 대비한 작전 수립에 골몰하고 있는 유감독을 28일 만났다.

- 강팀 연파의 비결은.
"조직적이고 다양한 수비가 먹혀들었다. 맨투맨 수비에 익숙한 상대들이 우리의 지역수비에 크게 당황했다. 맨투맨을 쓰더라도 함정을 만들어놓고 그리로 몰아 사냥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쿠바와 프랑스전에서 이 작전이 특히 효과를 발휘했다."

- 여름리그가 끝나고 훈련기간이 짧았을 텐데.
"시간이 모자라서 가능한 것만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수비.공격에 걸쳐 서너가지 아이템만 선수들에게 숙지시켰다. 우수한 선수들인 만큼 실전에서 잘 소화해냈고,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장면도 만들어냈다."

- 우리 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키가 작을 뿐 세계 최고의 팀이다. 센터 정은순은 현재 필드골 성공률 2위다. 그 엄청난 장신 센터들을 제치고 말이다. 전주원은 어시스트 1위다. 양정옥과 박정은은 매 경기 3점슛 1위 자리를 주고받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낀다."

- 어떻게 선수들의 마음을 모았는가.
"자신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임을 알게 했을 뿐이다. 자부심을 가지면 강해진다."

- 자신의 농구를 요약한다면.
"촛불의 농구다. 촛불은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힌다. 선수는 개인의 책임을 다해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 고참 선수들이 그런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 농구 이력을 간략히.
"한영고 2학년때 농구를 시작했고 경희대와 해병대.전매청을 거쳤다. 대표선수는커녕 실업 진출 3년도 못채우고 그만둘 만큼 실력이 형편없었다. 76년부터 대광중.고, 덕성여중.고에서 교편을 잡고 코치 생활을 병행하다 80년 상업은행(현 한빛은행)에 부임했다. 92년 여자 청소년팀을 맡아 우승했고 이듬해 세계선수권 4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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