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우승하끼까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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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요미우리호(號)에 마지막 파도가 몰아쳤다. 8월18일부터 29일까지 벌어진 10경기에서 요미우리는 2승 8패란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특히 8월 넷째주는 요코하마전 3연패 포함,1승5패의 참담한 성적이었다.

요미우리가 이런 뜻밖의 난조에 빠진것은 방심탓이 컸다. 2위 주니치와 워낙 게임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정신력이 다소 해이해져 있었고, 나가시마 감독도 여유를 부렸다.

나가시마 감독은 노장 구도가 체력에 문제를 느끼자 2군으로 내려보내 쉬게 해줬고, 어깨부상을 입은 가와하라도 2군으로 내렸다. 나가시마 감독으로선 우에하라가 복귀하기 때문에 선발진에 큰 공백이 없다고 여겼겠지만, 우에하라가 의외로 부진하자 마운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나가시마 감독은 히라마쓰,조성민,니시야마 등으로 공백을 메꾸려했지만 이런 임시방편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고, 투수로테이션에 혼란만 야기했다. 또 마무리로 돌린 구와타는 고비때마다 역전타나 쇄기타를 맞으여 경기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마운드가 불안하자 막강 타선도 같이 삐그덕 거렸다. 마쓰이와 함께 요미우리 타선의 핵을 이루던 에토가 8월중순부터 시작된 타격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다카하시도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전체적으로 팀플레이보단 개인기나 파워에 의존했던 요미우리 타선이기 때문에 주력타자인 에토가 부진하자 대안없이 침체되었다.

이 사이 주니치와 요코하마는 연승을 구가하며 무섭게 요미우리를 추격했다. 요미우리가 연패에 허덕일때 이 두팀은 한때 4게임차까지 추격해 들어왔다.

요미우리로선 심각한 위기였다. 9월초 요미우리의 일정은 한신,주니치와의 6연전이었다. 여기서도 부진하면 선두자리가 정말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나가시마 감독이 꺼낸 해법은 자율이었다. 나가시마 감독은 침체된 선수들을 격려해주며 오히려 분위기를 돋구어 주었다. 경기장에서도 작전보단 선수를 믿고 맡겼다.

그리고 이 결과, 요미우리는 한신,주니치 6연전에서 5승1패의 호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우승의 최대고비로 여겨졌던 주니치와의 원정 3연전을 전승으로 이끌며 요미우리는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때 요미우리 승리의 원동력은 역시 홈런이었다. 긴 침묵에 있던 다카하시와 에토는 각각 3개씩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분위기를 주도했고, 마쓰이와 니시의 홈런포도 여전했다.

투수진에선 돌아온 구도와 그동안 부진했던 우에하라가 주니치 타선을 틀어막았고, 메이 역시 한신전에서 4연패를 끊는 역투로 팀을 구해냈다. 또 부상에서 돌아온 노장 사이토는 약1년만에 승리를 거두는 역투로 팀 투수로테이션에 숨통을 터주었다. 불펜진은 오카지마를 중심으로 한 젊은 투수들이 든든하게 막아주었다.

다시 게임차를 벌린 요미우리에게 이제 위기는 없었다. 다시 여유있게 순항하며 차근차근 우승 매직넘버를 줄여나가던 요미우리는 마침내 9얼 24일 우승을 결정지었다. 24일 일요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주니치전에서 요미우리는 0:4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말 에토의 동점 만루홈런과 니오카의 사요나라 홈런으로 주니치 마무리 게일러드를 격침시키며 더욱 감격적인 우승을 만끽했다.

올시즌 우승으로 요미우리는 96년이후 4년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탈환함과 동시에 통산 29번째로 센트럴리그 패권을 차지했다. 이로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이자 명문구단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통산 19번째 제팬시리즈 우승이란 위업에 도전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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