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시 한국인 원하는 이유 알고보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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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내 한인사회의 최대 뉴스는 소녀시대의 데뷔 무대와 원더걸스가 주인공을 맡은 TV 영화였다. 하지만 내 시선을 더 머물게 한 것은, 한류의 화려한 미국 진출 소식에 가려 한국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한 컨트리 가수가 발표한 신곡 소식이었다. 주인공은 조시 켈리. 최근 한국인 입양 딸에 대한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조시 켈리는 캐서린 헤이글의 남편이다.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스타덤에 오른 헤이글은 한국에서 입양된 언니와 남다른 우애로도 유명하다. 헤이글은 결혼 전부터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의 나라에서 입양을 하고 싶다”는 뜻을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다. 2008년 결혼한 켈리와 헤이글은 2009년 한국에서 여자 아이 한 명을 입양했다.

켈리는 아이로 인해 변화된 삶을 노래에 담았다. ‘네일리 문(Naleigh Moon)’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아이의 미국 이름과 한국 이름을 따서 지었다. 뮤직비디오는 아이를 처음 데려오던 날 탑승한 대한항공 비행기 티켓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의 뒤뚱거리는 걸음마, 애교를 부리며 웃는 모습 등 성장 과정을 찍은 홈비디오로 대부분의 화면이 구성된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지. 다른 이들을 위한 공간이 내 안엔 없었어. 하지만 네가 내 얼굴을 처음으로 만진 그 순간 모든 게 변했단다… 난 네가 만들어 가는 내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어. 매일매일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져… 내 사랑하는 네일리 문.”

노래 가사에 전해지는 잔잔한 부정이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아이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태어나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고 한다. 입양 당시 ‘특별한 도움(special needs)’이 필요한 아이로 분류돼 입양이 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헤이글은 한 인터뷰에서 “결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큰 장애가 아닌데도 아이들이 입양 가정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는 그 뒤로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

헤이글은 아이를 데려온 후 일주일 동안 아이가 어떻게 해도 쉽사리 웃지 않아 아이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부터 들었다고 한다.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여자가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어쩌지 못해 당황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할리우드 연예인들 사이에서 입양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진솔한 고백이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더 진정성을 느끼게 해준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아동의 해외 입양이 많은 것을 두고 사람들은 주로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한국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의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지구 어느 곳에서나 지금도 버려지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입양 대상자인 영아들의 건강관리가 뛰어나고 부모들의 평균학력도 높은 편이라 입양을 원하는 측에서 한국 아동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아이가 버려지는 것은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해외 입양을 단지 “나라 망신”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참 불편하다. 이 모든 게 겨우 체면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네일리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좋은 부모를 만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켈리.헤이글 부부에게 내가 대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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