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한국탁구, 예고된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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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패'

88년 서울올림픽때부터 정식종목이 된 탁구에서 한국은 톡톡히 메달을 벌어들였지만 이번 시드니에서 받은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여자복식에서만 달랑 동메달 1개. 탁구경기가 모두 끝나기도 전에 짐을 꾸려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을 정도로 부끄러운 결과였다.

남자단식에 출전한 김택수(대우증권), 이철승(삼성생명), 유승민(동남종고) 등 3명은 모두 1회전(32강전)에서 탈락했고 류지혜(삼성생명)가 여자단식에서, 이철승-유승민조가 남자복식에서 각각 4강까지 올랐으나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류지혜-김무교(대한항공)조만이 여자복식에서 선전, 동메달로 체면치레했다.

4개 전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은메달도 3개를 딴 중국에 막혀 다른 국가들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참패를 변명하기에는 궁색하다.

한국 탁구의 부진은 이미 예고됐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탁구인들간에 계속돼 온 잡음, 내년 2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생긴 갈등, 그리고 개인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풍토 등으로 인해 애초부터 장미빛 전망은 없었다.

국가대표팀 윤상문 감독은 개막을 1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격려차 태릉선수촌을 찾는 탁구인들이 많지 않다"며 "탁구인중에 좋은 성적을 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무관심한 대부분의 탁구인들에 대한 서운함이었으며 성적부진으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바뀌기를 은근히 원하고 있는 일부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이었다.

내년 2월 대의원총회에서 `자기 편 사람'을 새로운 협회장으로 앉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느라 올림픽은 뒷전이었던 사람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탁구가 최대 위기를 맞았음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다시 증명됐다.

여기에다 유망주들은 발굴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탁구의 기둥으로 활약해 온 김택수, 이철승 등은 은퇴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더 이상 추락하느냐, 아니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재도약하느냐는 전적으로 탁구인들에게 달려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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