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정직을 가슴에 심고 자란 조지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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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나경원법’과 ‘정봉주법’이라는 법안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당리당략이 개입된 진실의 문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논란으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혼란스러운 것은 국민일 뿐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을 잃어 버리고 전국을 다시금 초토화시킬 뻔했던 기만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뒷날 ‘요시라질’이라는 말로 회자됐다. ‘요시라질’은 상대를 이간공작(離間工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요시라’라는 왜군 간첩에 조선조정이 속아 왜군의 최대 승리를 가져오게 한 사건이었다.

왜장인 평행장은 졸병 ‘요시라’를 경상 우병사 김응서와 친분을 쌓은 뒤 “가등청정이 조선을 치러 바다를 건너오니 수전에 강한 조선 수군이 나가 치면 큰 전과를 올릴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흘린다.

김응서는 이 사실을 조정에 알렸고 윤근수를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임금을 설득해 이순신으로 하여금 나가 싸우도록 했다. 이순신은 적의 간계이며 공격의 때가 아니라고 진언하며 출병하지 않아 어명을 거역한 대역 죄인이 된다. 결국 투옥되고 참형을 당할 위기를 겪게 됐다. 결국 조선은 새로 임명된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의 지휘 하에 왜군과 싸우다가 수많은 수군과 전함을 잃고 패전하는 처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회상과 교육환경을 보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주고자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의 상당수는 부정직하다. 도난 사건이 일어나면 찾기란 정말 어려우며 금새 휴지를 버리고도 자기가 버리지 않았다고 항변한다는 것이다.

거짓말과 오리발 내밀기를 밥 먹듯이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정직의 가치를 심어주지 못했고, 정직한 사람이 대우받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라온 탓이리라 여긴다. 또 진실 규명보다 덮어두기를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정서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미국인들의 가슴에 자리 잡은 중요한 가치인 정직은 청교도정신과 조지 워싱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여겨진다. 조지 워싱턴이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그에게 예쁜 손도끼를 하나 주었다. 번쩍거리는 손도끼를 손에 든 조지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찍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매우 아끼는 벚나무를 찍어 넘겼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나무를 찍어 넘긴 자를 찾으면 당장 요절 낼 태도였다. 조지는 겁에 질렸다. 그러나 용기를 내 “제가 도끼로 그 나무를 찍어 넘어뜨렸습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화가 난 것도 잊고 조지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조지 네가 정직하게 말해주니 정말 기쁘다. 네가 거짓말을 한번 하느니 차라리 벚나무 열 그루를 잃어버리는 편이 내게는 낫단다.” 조지는 정직이란 영혼의 보배나무를 가슴에 심고 키우며 당당하게 자라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됐다.

정직의 힘은 위대하다. 진실이 존중 받는 사회가 그립다. 정직한 자가 대접받고 거짓된 자가 비난 받으며 진실을 밝혀내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그런 사회가 믿음 있고 힘 있는 사회다. 아이들의 가슴에 정직의 나무가 자라게 하는 사회풍토와 가정교육, 학교교육이 그립다. 아이들에게 진실의 힘이 위대함을 가르치자. 어른이 모범을 보이자. 그것이 안정된 미래 한국을 위한 길이 아닐까?

이상호 천안 월봉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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