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남자 창던지기 젤레즈니 '인간승리'

중앙일보

입력

"관중석에 앉아 계신 분들 조심하세요."

남자 창던지기 세계기록(98m48㎝) 보유자인 얀 젤레즈니(34.체코.사진)가 경기를 시작하기 전 빼놓지 않는 농담이다.

'철완' 젤레즈니가 인생유전 끝에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쌓아 올렸다.

젤레즈니는 지난 23일 치러진 창던지기 결선 3차 시기에서 올림픽기록인 90m17㎝로 2위 스티브 배클리(영국.89m85㎝)를 32㎝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3연패의 대기록이었다.

이 순간 젤레즈니의 눈앞에는 아픔과 비웃음이 가득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96년 5월 영국 세필드에서 벌어진 국제육상대회에서 98m48㎝라는 경이적인 세계기록을 수립, 지구촌 최고의 어깨로 평가받은 젤레즈니는 애틀랜타 올림픽 제패 후 그해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끈질긴 유혹을 받았다.

거액의 계약금을 위해 투수 입단테스트까지 받았지만 최고 구속 1백14㎞에 그치는 기대 이하의 스피드. 결국 비웃음을 뒤로 한 채 창던지기에 몰두했지만 97년 허리부상에 이어 98년 훈련 중 팔이 부러지고 어깨를 심하게 다치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젤레즈니는 예상을 뒤엎고 재기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육상 그랑프리대회에서 87m57㎝로 우승한 데 이어 3개월 후 스페인 세비야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올림픽 3연패는 창던지기 사상 미증유의 대기록. 그러나 젤레즈니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1백m 이상을 던지고 말겠다." 젤레즈니가 오래 전부터 추구했던 인생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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