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일요일 아침]벌레 먹은 나뭇잎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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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호 29면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1929년 서산 출생. 196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윤동주 문학상' '상화시인상' 등 수상. 시집 <산토끼>, 시선집 <시인과 갈매기> 등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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