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하루 술 4잔, 커피 4잔, 계란 2개 … 더 이상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최근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20여 년 전 사무관이던 손 차관은 당시 권이혁 보사부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한 의원이 약국에서 파는 드링크 한 종류를 들고 와서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엔 카페인이 없고, 국내 유통 제품엔 카페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페인 많이 먹으면 죽는 거죠?”라며 일갈했다고 한다. 그러자 권 장관이 “밥도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라고 답변했고 일순 의사당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미 16세기에 스위스의 의학자 필리포스 파라셀수스는 “양(量)이 곧 독(毒)이다”(Dose is poison)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과 관련해서도 파라셀수스의 격언이나 권 장관의 답변은 그대로 통용된다.

 적당량을 섭취해야 하는 것 가운데 건강을 위해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은 술·카페인·계란 등이다.

 『영국의학저널』(BMJ) 지난해 2월호엔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술이라면 심장병 위험을 크게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는 캐나다 연구팀이 음주와 건강의 관계를 추적한 기존 연구 84건을 재분석한 결과로 맥주·소주·와인 등 주종(酒種)에 상관없이 ‘적당량’을 마시는 사람이 금주하는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작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절주(적정 음주)가 건강에 이로운 측면이 있다는 데 대해선 반론을 펴는 학자들도 많다. 이들은 “술은 간 질환 관련 죽음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암·정신병 등 다른 병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음주의 이점을 부정한다.

 음주의 이로운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남성은 하루 4잔(알코올 40g), 여성은 하루 2잔(알코올 20g) 이상 마시는 것은 과(過)하다. 하루 평균 6잔 이상 또는 한 주에 42잔 이상 술을 마시면 간질환·위궤양·고혈압·식도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주가도 매주 1~2일은 ‘술 없는 날’로 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흔히 웰빙주(酒)로 통하는 포도주·막걸리도 과음은 100% 손해다.

 커피·녹차·콜라·초콜릿 등에 든 카페인도 적당량 섭취하면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 주며 이뇨 작용으로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나름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과량 섭취하면 불안·메스꺼움·수면장애·가슴 두근거림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한 카페인의 하루 섭취 기준량을 기억하되(성인 하루 400㎎ 이하, 임산부 300㎎ 이하, 어린이 체중 1㎏당 2.5㎎ 이하) 이 기준량을 하루 섭취 상한선 정도로 인식해야 한다. 적정량(권장량)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말이다. 카페인 300㎎이라면 인스턴트 커피 4잔, 차 5~6잔의 카페인 양에 해당한다.

 계란은 ‘완전식품’이나 콜레스테롤이 다량 들어 있어 먹기가 망설여진다는 사람이 많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면 하루 두 알까지는 괜찮다. 계란 한 알엔 약 190㎎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어 세 알을 먹으면 하루 섭취 권장 기준(300㎎ 이하)을 초과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노른자에 몰려 있고 흰자엔 거의 없으므로 흰자로 달걀 프라이나 오믈렛을 만들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 이때는 달걀뿐 아니라 새우·오징어·동물의 간 등도 가능한 한 적게 먹어야 한다.

 혈관 건강에 이롭다는 등 푸른 생선도 적당 히 먹어야 ‘약’이 된다. 2009년 9월 『유럽심장학회지』(EHJ)엔 “청어·고등어·연어·송어 등 지방이 많은 생선(oily fish)을 매주 한번 먹는 남성의 심부전 발병률이 먹지 않는 남성에 비해 12% 낮았다”는 미국 학자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편 연구팀은 “생선도 과다 섭취하면 심장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2회 이상 먹는 남성은 먹지 않은 남성과 심부전 발생률이 같았다.

 새해 건강을 챙기려면 적정량 바로 알기부터 시작해 보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