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동료와 2시간 술 마신 당신 … 담배 4개피 피운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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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직접흡연에 의한 사망자 수는 매년 510만 명에 달한다. 간접흡연에 의한 사망자 수도 60만 명으로 결코 적지 않다. 비흡연자라도 담배로 인한 건강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철환 교수는 “담배 냄새를 맡았다면 이미 공기 중 담배로 인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라며 “흡연자의 옷·피부·머리카락에 묻어 있는 유해물질은 호흡기 등을 통해 쉽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간접흡연은 ‘담배로 저지르는 살인’이라고 불린다.

여과되지 않는 담배연기, 건강 위험 높여

담배연기는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내뿜는 주류 연기와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생담배 연기로 나뉜다. 생담배 연기는 필터를 통해 유해물질이 여과되지 않아 인체위해성이 더 크다.

 문제는 비흡연자가 마시는 생담배 연기가 간접흡연을 할 때 흡입하는 전체 담배연기의 80%에 달한다는 점이다. 생담배 연기 속에는 주류 연기보다 니코틴이 21배나 더 많다. 이외에도 일산화탄소·포름알데히드·벤젠 같은 유해물질이 15~50배 더 함유돼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암연구소는 간접흡연을 암유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더 해롭다고 할 수는 없다. 일단 흡연자는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을 동시에 하므로 질환 발생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자신이 피우는 담배연기와 다른 흡연자 때문에 흡입하는 연기에 같이 노출되는 것이다.

 또 간접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비흡연자가 흡연자의 담배연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금연클리닉 이진영 교수는 “흡연자가 피우는 담배 종류와 개비 수, 실내면적, 환기 정도에 따라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력 저하·정신장애의 원인일 수도

간접흡연은 다양한 신체 부위에 악영향을 미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 하나 손상되지 않는 부위가 없다. 하지만 김철환 교수는 “심혈관질환이나 폐암 등을 일으킨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위험도 많다”고 말했다.

 먼저 간접흡연 때문에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팀이 비흡연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 니코틴 부산물인 코티닌 양을 분석했더니 이 성분이 많은 사람일수록 청력에 문제를 보였다. 간접흡연으로 몸 속에 들어온 코티닌이 귀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귀속 기관의 산소를 부족하게 만든 것이 원인이었다(‘담배억제’ 2010년).

 정신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소아과학지에 게재된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 가정 아이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병 위험이 5.9%, 학습장애 위험은 8.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비흡연 가정 어린이의 발병 위험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나타나는 정신장애 원인 중 25%를 차지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니코틴이 혈당 조절을 실패하도록 만들어 합병증 위험이 30% 이상 높아진다. 또 아토피 피부염 발생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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