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정환은 목이 메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2면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14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축구선수 안정환으로 불리는 마지막 날”이라고 운을 뗀 그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정환이 지난날을 떠올리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 광경을 묘사할 때 “그는 목이 메었다”고 해야 될까, “그는 목이 매었다”고 해야 될까?

 어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은 ‘메다’이므로 “그는 목이 메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아내·가족·팬들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는 목이 매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성남에서 현역 생활을 계속하자고 요청한 신태용 감독 얘기를 할 때는 목이 매기도 했다”와 같이 써서는 안 된다. ‘목이 메어’ ‘목이 메기도’로 바루어야 한다.

 ‘목’과 함께 쓰이는 ‘매다’는 ‘목’을 목적어로 하여 어떤 데서 떠나지 못하고 딸려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장기적 비전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데에 목을 매고 있다”처럼 ‘무엇에 목을 매다’ 형태로 쓰여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그것에 매달려 있음을 나타낸다.

 ‘목이 메다’를 ‘목이 메이다’로 표현하는 이도 많다. “그는 목이 메여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목이 메였다”와 같이 사용하지만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이-’를 넣어 ‘메여’ ‘메였다’로 써서는 안 된다. ‘목이 메어’ ‘목이 메었다’로 표현하는 게 바르다. 스스로 감정이 솟구쳐 올라 그 기운이 목에 엉겨 막히는 것이므로 ‘메이다’ 같은 피동 형태를 사용할 수 없다.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