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공적자금 조성과 금융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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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월중에 4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20조-3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공적자금을 충분히 조성해 금융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 부실을 깨끗이 털어내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등으로 묶는 등 제2단계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을 위한 국회 동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필요한 곳에, 적절한 시기에, 적정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왜 추가조성하나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에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추가로 40조원을 더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정부는 향후 필요한 공적자금은 30조원 정도로 10조원은 내년으로 사용시기를 넘기고 올해안에 20조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중 6조4천억원은 기존 자금을 회수해 충당하고 나머지 14조원은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개월만에 이를 수정했다. 앞으로 50조원의 추가 소요가 예상되고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10조원을 빼면 40조원을 추가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예기치 못했던 대우사태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증가하는 등 워크아웃 기업의 처리와 은행 클린화 등에 추가 소요 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의 도입 등으로 부실채권 매입소요도 늘어났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부출자은행의 주식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 다시 사용하려던 계획은 주식시장의 침체때문에 2002년 하반기로 미뤘다.

쓸 데는 많은데 내년까지 마땅한 회수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진념(陳稔) 경제팀은 "공적자금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금투입의 시기를 놓칠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다"며 이헌재(李憲宰) 전경제팀과는 달리 정공법을 선택했다. 진 장관은 "3차, 4차 공적자금을 조성하지 않고 이번에 충분히 조성해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조성 공적자금 어디에 쓰나

정부는 개략적인 공적자금 규모를 추정해 밝혔다. 정확한 규모와 내역은 한빛.평화.광주.제주.조흥.외환 등 시중 6개 은행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한 평가를 감안해 10월중에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지난 5월 발표한 소요 추정액을 ▶시중 6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끌어올리는 데 1조8천억원→6조1천억원 ▶대우차 매각지연 등을 감안해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출자를 5조3천억원→8조7천억원 ▶금고 및신협 추가구조조정 3조9천억원→6조5천억원 ▶부실종금사 정리, 한국.대한투신 출자,제일은행 풋백옵션 19조3천억원→20조4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우 계열사 등 워크아웃 기업의 처리와 은행 부실의 정리 등 공적자금 수요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수협.농협 출자에 1조8천억원 ▶기업부실화에 따른 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 지원에 2조원 ▶올해말 문을 닫는 한아름종금의 미지급금 및 해외부채 정리,산업은행.기업은행의 투신 출자지분 매입에 4조5천억원이 신규로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소요될 공적자금은 30조3천억원에서 50조원으로 19조7천억원이 증가했으며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되는 전체 공적자금은 기존 투입분 109조6천억원을 포함해 159조6천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새로 조성하는 공적자금 규모는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은행 경영평가나 금융권의 부실실사 과정에서 실제 소요되는 금액은 변동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조성하나

정부는 10월중에 추가 공적자금의 규모를 확정, 국회 동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유가급등과 주가폭락 등 안팎의 대형 악재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구조조정의 완료를 위해 가급적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1차 조성 때와 마찬가지로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기금이 채권을 발행해 조성하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게 된다. 일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회 동의이다. 현재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는 공전상태에 빠져있다. 기존 공적자금의 사용내역과 구조조정 성과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야당은 공적자금 조사특위 구성 등을 주장하며 추가 조성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내 국회동의를 받을 지 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향후 금융구조조정은

정부는 추가로 조성할 공적자금으로 내년 2월말까지 금융부문의 부실여신 정리등 하드웨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종구(李鍾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1차 공적자금으로는 금융기관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정상화시킨 금융기관을 금융지주회사 등의 방식을 통해 묶어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기관의 출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스스로 정상화가 어렵거나 공적자금이 직접 투입된 은행에 대해 10월에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독자생존이 어려운 은행에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또 부실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자체 정상화가 불가능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 예금보험공사의 자회로 편입한 뒤 은행 또는 증권사로 전환시키거나 합병 또는 금융지주회사 아래 투자전문회사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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