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인건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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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마음의 안정을 위해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뉴스가 일본언론에 잇달아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일본의 혼인건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일본의 인터넷매체 제이캐스트뉴스가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1월 말 발표한 ‘2011년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전체 혼인건수는 2010년에 비해 4.3%가 감소한 67만 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본의 혼인 건수는 1970년대 전반 약 100만 건을 피크로 이후 계속 감소추세였으며, 1987년 69만 6000건으로 최저에 이르렀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70만 건 대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재해를 경험하고 혼자라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 미혼남녀들이 결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실제로 올 한해 결혼정보업체의 회원 수가 급증했고, 약혼반지나 웨딩 잡지의 매상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로 결혼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이캐스트뉴스는 원인의 하나로 인구감소 추세에 따라 결혼적령기 인구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2011년 일본의 인구 감소폭은 과거 최대인 20만 4000명으로,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자연감소’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는 연중 결혼하기에 좋은 날짜가 며칠이나 되느냐의 문제다.

2010년에 토요일과 일요일, 경축일 중 일본 사람들이 결혼에 불길하다고 여기는 불멸(?滅)일을 뺀 날이 101일이었던데 비해, 2011년도에는 91일이었다. 사실상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날이 10일이나 줄어들면서, 그만큼 혼인건수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2012년도에는 토·일·경축일 중 결혼에 길한 날이 87일로 더 적기 때문에, 혼인건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웨딩업계 등은 전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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