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도 깜짝 놀란 2060 구직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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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일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 민자역사에서 열린 채용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신세계백화점 직원 1500명을 뽑는다. [김도훈 기자]

3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 의정부시 전철 1호선 의정부 민자역사 3층 대합실. 이날도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대합실은 취업 열기로 후끈거렸다. 민자역사 4층 특별행사장에 마련된 채용박람회장에 입장하려는 구직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기 때문이다. 박람회장 안은 20∼60대 구직자들로 가득해 디딜 틈을 찾기도 힘들었다. 구직자들을 안내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한 진행요원은 “대박입니다”며 미소 지었다. 당초 준비한 6000장의 이력서가 순식간에 동나자 9000장이 추가로 비치됐다.

 이는 경기도·의정부시·(주)신세계가 공동으로 마련한 채용박람회 모습이다.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열리는 올해 첫 박람회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박람회에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입점하는 38개 기업(78개 브랜드)이 참여했다. 판매서비스직 1300명과 보안·주차 등 특수기술직 200명 등 총 1500명을 뽑는 자리다. 채용된 구직자는 모두 의정부점에서 근무한다. 4월 문을 여는 지상 11층 규모의 의정부점은 지난달 18일 임시 개방한 지상 5층 규모의 민자역사로 바로 이어진다.

 물품보관 업무에 지원한 한수연(20·여·의정부시 호원동)씨는 “그동안 의정부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서울 천호동 의류판매장에서 7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앞으로 집과 가까운 백화점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져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지원자들은 추가 면접을 통해 채용이 최종 확정된다.

 참여업체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7명의 상담직원을 배치한 (주)하나 휴먼링크 천일동(52) 부장은 “신선식품 판매, 물품보관 등 분야에 4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300여 명이 상담 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7시간 동안 1만3500여 명이 운집해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자리가 늘어나자 시민 반응도 좋다. 의정부시와 신세계 측은 지난달 19일 ‘지역경제 활성화·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협약(MOU)’을 통해 지역주민을 우선 고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안병용 시장은 “이번 행사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일자리 창출 의지도 행사 성공에 한몫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올해 도정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애초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이마트)를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할인마트 설치를 포기했다. 여기에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지역상권과 상생을 꾀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동네 상권 간 갈등 해소에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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