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하루 12개 버디쇼, 신들린 유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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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RACV 호주 여자 마스터스 대회장의 리더보드 맨 위에 12개의 붉은 숫자가 내걸렸다. 18홀 중 무려 12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는 표시였다.

 유소연(22·한화)이 3일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스 리조트(파72)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 RACV 호주 여자 마스터스 이틀째 경기에서 11언더파 61타를 쳤다.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운 유소연은 중간합계 17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2위 크리스텔 블리용(프랑스·13언더파)과는 4타 차다. 유소연의 61타는 2010년 카리 웹(38·호주)과 2011년 청야니(23·대만)가 한 차례씩 세웠다.

 유소연의 출발은 불안했다. 2번 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에 떨어지면서 두 번째 샷도 그린을 벗어나 보기를 했다.

6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했던 유소연은 “순간 맥이 쭉 빠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번 홀(파5)부터 버디의 붉은 숫자 행진이 시작됐다. 이 홀부터 5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스코어보드를 쳐다보던 갤러리들이 술렁였다.

8번 홀을 건너뛴 유소연은 올해 대회에서 가장 어렵다는 9번 홀(파4·452야드)에서 여섯 번째 버디를 낚았다. 후반 13~16번 홀에서도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프레스룸의 기자실도 웅성거렸다. 60타.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 코스레코드 신기록 경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번 홀에서 파에 그치면서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 유소연은 “파3, 5번 홀에서 11m의 긴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서 게임의 흐름이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날 단독선두였던 이보미(24·정관장)는 3타를 줄였지만 중간합계 10언더파 공동 3위로 처졌다. 알렉시스 톰슨(17·미국)은 7언더파 공동 9위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대회 3, 4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생중계한다.

골드코스트=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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