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부활의 캐치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광현

프로야구 SK의 투수 김광현(24)이 드디어 공을 잡았다. 스스로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커 가는 기대감을 감추기 어렵다. 이만수(54) SK 감독과 성준(50) 투수코치도 같은 마음이다.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훈련 중인 김광현은 3일(한국시간) 10m 거리에서 가볍게 20여 개의 공을 던졌다. 전날 캐치볼을 시작한 뒤 조금씩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Interval Throwing Program) 1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김광현은 훈련 뒤 “아프지 않다. 통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성 코치는 “광현이가 공을 잡았다는 것은 의미 있는 ‘사건’이다. 본격적인 재활을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은 2010년 10월 22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다음 날 신경계 쪽에 이상을 느꼈다. 후유증 탓에 다음 해 스프링캠프에서 충분한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2011년 1·2군을 오가다 4승6패 평균자책점 4.84에 그쳤다. 시즌 중이던 7월에는 일본 후쿠오카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3주 동안 치료와 훈련을 병행해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네 경기 2패, 평균자책점 6.57로 부진했다. 김광현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 같은 한 해였다. 김광현은 “왼 어깨에 통증이 있었는데 너무 던지고 싶은 마음에 포스트시즌 때 마운드에 올랐다”고 회상했다.

 아픈 기억이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교훈을 남겼다. 김광현은 지난해 11월 마무리훈련에서 어깨 재활에만 전념했다. 1월 스프링캠프에서도 수건 등을 이용한 섀도피칭을 했다. 공을 잡고 싶은 마음을 삭이며 몸부터 돌본 것이다. 김광현은 전지훈련 전 “한 시즌 180이닝을 던지고 싶다. 그 정도의 몸을 만들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칭스태프도 서두르지 않는다. SK에서 ‘김광현의 1군 복귀 예정일’은 금기어다. 성 코치는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광현이가 무리할 수 있어 ‘언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겠다. 150㎞를 던질 수 있는 근력이 생길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도 “성 코치가 ‘(올 시즌) 광현이는 없는 걸로 생각하시라’고 하더라. 광현이는 에이스다.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1군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