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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으로 교사를 뽑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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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용세
대전대 법학과 교수

어린 학생들이 따돌림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실 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따돌림을 교사가 모를 수는 없다. 끝내 몰랐다고 한다면 무능하거나 태만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의 상당수가 교실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싸가지 없어서’ 교권이 무너졌다고 개탄하지만 아이들이 못됐기 때문에 교권이 붕괴한 게 아니라 사표(師表)를 잃은 아이들이 길을 잃은 것이다.

 먼저 장기적인 과제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교사 양성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 넷 중에 하나 고르기 수능시험을 거쳐 교대나 사대에 진학한 후 또다시 성적순으로 교직을 부여받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지니고 교실을 통제할 고매한 스승을 양성할 수 없다.

  눈앞의 사태에 대응할 단기 과제는 학교 현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현재의 평가 시스템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와 학교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니 일단 부인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리하여 교사와 학교는 더욱 신뢰를 잃어가고, 가해자는 점점 대담해져 폭력이 도를 넘게 되는 것이다.

  폭력사태는 교사의 힘만으로 막기 어렵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경찰의 협조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경찰이 위험시간대에 경찰이 학교 내 순찰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일탈행위 억제 동기가 형성된다.

김용세 대전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