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산 5000명, 익산시 선거구 지키기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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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 최대의 귀금속단지가 들어선 전북 익산시(시장 이한수·사진)는 ‘보석의 도시’뿐만 아니라 호남선·전라선이 만나는 ‘교통 요지’로도 유명하다. 인구도 호남의 ‘빅3’에 들어간다. 광주광역시(146만여 명)와 전북 전주시(62만여 명) 다음이다. 그런데 최근 익산시 인구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2일 익산시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주민등록상 인구는 30만9055명이다. 4개월 전인 지난해 9월에는 31만2555명, 이보다 4개월 앞선 시점인 지난해 5월에는 30만7588명이었다. 넉 달 새 5000여 명이 늘었다가, 다시 넉 달 만에 3500명이 빠져나갔다. 단기간에 인구가 고무줄처럼 바뀌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기현상은 익산시가 국회의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돈으로 인구를 사들이는 ‘꼼수’를 부린 결과 나타났다. 지난해 초부터 익산에서는 인구 감소로 지역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익산시는 17대 총선(2004년) 때부터 갑·을 2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2명씩 뽑아왔다.

 하지만 한때 33만5000여 명까지 불었던 인구는 2010년 말 30만7289명으로 줄 정도로 급감했다. 2011년에는 30만5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19대 총선에서는 1개 선거구의 인구 상한선이 30만9000명 선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자칫 국회의원이 한 명으로 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그러자 익산시는 지난해 6월 ‘내 고장 주소 갖기 지원 조례’를 만들어 ‘국회의원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조례는 주민등록 거주지를 옮기는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현금 20만원이나 재래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익산시는 전체 3만여 명의 학생 중 60~70%가 외지 출신인 원광대를 겨냥했다. 이한수 시장은 학생회관·기숙사 앞에 나와 “학교와 협력 강화, 문화행사 지원”등을 약속하며 학생들의 주소 이전을 권유했다.

 이 현금 지원은 금세 약발을 나타냈다. 인구가 6월부터 매달 1000명 이상 늘기 시작해 9월에 31만2555명으로 꼭짓점을 찍었다.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신동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선거구 조정 기준시점인 10월이 지나면서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원광대 학생 김모(24)씨는 “익산시의 권유로 주소를 이전했던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거나 행정서류 처리에 불편을 느끼면서 다시 고향 집으로 주소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백영종 익산시 행정지원과장은 “인구 늘리기를 통한 지역발전 차원에서 현금 지원 조례를 만들어 효과를 봤다”며 “최근의 유출 현상에 대해서는 원인을 분석해 보겠다”고 말했다. 익산희망연대 이진홍 사무국장은 “억지 춘향식 인구 늘리기는 시민들의 허탈감을 부추기고 지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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