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뚫은 롬니 “오바마, 길을 비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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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운데)와 부인 앤(왼쪽)이 지난달 31일 플로리다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탬파(플로리다) 로이터=뉴시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더 빌리지스 유세에서 노래를 불렀다. 미국인들의 애창곡인 ‘아메리카 더 뷰티풀’이었다.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이 장면은 31일 열린 공화당의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를 앞당겨 자축한 행사였다.

 롬니는 개표 결과 46%를 얻어 32%를 얻은 뉴트 깅그리치를 14%포인트 차로 제쳤다. 릭 샌토럼은 13%, 론 폴은 7%에 그쳤다.

 탬퍼시 컨벤션센터의 선거 캠프에 오후 8시20분쯤 나타난 롬니는 “위대한 승리”라며 “이 당과 이 나라를 이끌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이끌지 못하겠거든 길을 비켜라(Get out of the way)”고 외쳤다. 아이오와 재검표에서 샌토럼에게 1위를 빼앗기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깅그리치에게 1위를 내줘 주춤했던 롬니의 대세론은 10일 만에 다시 강력한 엔진을 달게 됐다.

 뒤이은 네바다(4일), 콜로라도·미네소타(7일), 메인(11일), 위스콘신(21일), 애리조나·미시간(28일) 등 2월 경선 일정도 롬니에겐 호재다. 네바다와 애리조나는 모르몬교 강세 지역이며, 미시간은 부친이 주지사를 지낸 롬니의 고향이다. 네바다는 2008년에도 50%가 넘는 지지율로 롬니가 매케인을 이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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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공화당 대선후보가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롬니의 대세론에 맞선 상대 후보들의 기세가 여전하다. 깅그리치는 패배가 확정된 뒤 연설에서 “5%가 끝났을 뿐이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단에 ‘아직 46개 주가 남았다’는 구호까지 붙였다.

 롬니는 승자 독식의 플로리다 경선에서 50명의 대의원을 추가해 지금까지 87명(워싱턴 포스트 집계)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깅그리치는 26명, 샌토럼과 론 폴은 각각 14명, 4명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되려면 2286명의 대의원 중 과반인 114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롬니가 확보한 대의원은 매직 넘버인 1144명의 7.6%에 불과하다. 그래서 10개 주의 경선이 한꺼번에 치러져 ‘수퍼 화요일’이라 불리는 3월 6일이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퍼 화요일 승부엔 조지아(76명)·오하이오(66명)·테네시(58명)주 등 모두 437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다.

 역대 공화당의 대선 후보도 대부분 수퍼 화요일을 즈음한 3월에 확정됐다. <그래픽 참조>

 문제는 공화당 경선이 갈수록 후보들 간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이전투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로리다 경선에 쏟아진 TV광고 중 92%가 네거티브였다. 그동안 오바마 때리기에만 집중하던 롬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깅그리치에게 일격을 당한 뒤 전략을 바꿔 깅그리치가 하원의장을 그만둘 당시의 뇌물수수 의혹 등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었다. 깅그리치 역시 “낙태에 찬성하는 롬니는 무늬만 공화당” “말 바꾸기의 귀재”라며 맞불을 놓았다.

 공화당 내에선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깅그리치 지지자인 도로시 앤더슨은 “롬니가 후보로 확정되면 대통령 선거 때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다. 롬니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승부를 겨루되 서로 갈라져선 안 된다”고 역설한 건 그 심각성을 깨달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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