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對 칠레전 한국선수 활약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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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경기였다.

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과 벨기에전의 재현이였다고 비유할수 있을까.

벨기에전 당시 첫 골을 넣은 하석주는 기쁨과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하며 한국팀의 상승세를 가로막았다. 오늘 경기 역시 이천수가 불필요한 행동으로 전반 11분 퇴장 당하면서 한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국민들이 이천수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이천수가 땀도 흘려보지도 못하고 퇴장당하면서 한국은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이후 수적 열세로 인한 대표팀은 제대로 된 작전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빛을 발한 한국 선수들은 이때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이천수의 퇴장을 기폭제로 선수들의 투지는 가히 눈물겨울 정도였다. 27분께 칠레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는 볼을 ‘라이언킹’ 이동국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며 10명이 11명을 이기는 이변의 서막을 시작했다.

전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특히 이영표는 박진섭의 자리를 100%이상 메우며 상대 공격의 핵인 게임메이커 피사로를 철저히 대인마크,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빛을 발한 이동국의 골도 칭찬할 만 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상대의 맥을 끊는 강철의 수비는 어린 후배들을 이끌었고 박지성과 김상식 평균 이상의 활약으로 승리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송종국과 최철우는 처음 주전으로 선발출장하면서 초반 의욕이 앞서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다소 어려움을 보였지만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다만 와일드 카드인 김도훈 선수가 후반 투입된 지,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교체되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러 가지 당면 과제를 안고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얻었던 대표팀. 이제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잦은 패스미스와 수비 조직력 등을 좀 더 보완해야 한다.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며 힘든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Joins 이병구 기자<lpgas@joins.com>

◆ 올림픽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조인스 스포츠에서(http://sports.joins.com/sydney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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