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경영 실태]

중앙일보

입력

거대 공기업 한국통신의 경영 난맥상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에도 임직원 명예퇴직금 과다지급 등의 방만 경영 사례가 간헐적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로 한꺼번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통측은 "감사원의 감사는 지난해에 이뤄진 것으로 대부분의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나 시정이 끝났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마무리짓고 이제 본격적으로 유.무선 통합 종합 정보통신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데 곤혹스럽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에도 한솔엠닷컴(018) 인수, 초고속통신망.인터넷서비스.인터넷 콘텐츠사업 등으로 덩치를 불리는 와중에서 중복.문어발식 투자를 해 자회사와 본사가 경쟁을 벌이는 어이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자회사가 할 일과 한통 자체에서 할 일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비전이나 청사진 없이 '될만한 사업엔 일단 뛰어들고 본다' 는 마구잡이식 경영이 이유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한통 자신이 출자한 자회사와 경쟁 중 불공정행위를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8일 시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1월 한통이 1백% 출자한 자회사인 한국통신진흥이 경기도 평택전화국 관내에 있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초고속통신망(HDSL) 가입자를 모집하자 한통은 56개 아파트관리사무소에 허위 사실을 적은 공문을 보내 1천4백62가구가 HDSL 가입계약을 해지하고 자사의 초고속인터넷망(ADSL)에 가입하도록 했다.

인터넷방송 분야에서도 KBS와 공동출자해 크레지오닷컴을 설립,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독자적으로 또다시 1천억원을 들여 '워치앤조이' 라는 인터넷방송포털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사업 역시 부실투성이다. 폴란드 무선호출사업 등 16개 사업(투자비 합계 2천94억원) 가운데 6개 사업은 경영악화로 파산.청산.매각했고 7개 사업은 적자운영 중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사업성과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뛰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한통의 출자회사는 현재 10개 자회사에 출자금액은 9천2백27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한통의 영역확장이 문제가 됨에 따라 올 국정감사에서는 한솔엠닷컴(018) 인수과정과 공룡화한 한국통신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 진출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통의 방만경영은 경쟁이 극심하고 빠르게 변신해야 살아남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거대 공기업이 지닌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부 송유종 통신업무과장은 "2002년 6월로 예정된 민영화를 차질없이 진행시키는 것이 구조적인 해결책"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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